이재용, 삼성 경영권 승계와 사업재편 모두 당당할 수 없을까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3일 오픈베이스와 케이엘넷이란 인공지능(AI) 회사들의 주가가 강세를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호암상 시상식 뒤 공학상을 수상한 오준호 KIAST 교수에게 인공지능 관련 내용을 잇달아 질문하며 관심을 보였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호암상 시상식 주빈으로 참석했다. 삼성그룹은 올해 호암상 시상식 이후 뒷풀이 만찬을 없앴다.

이 부회장 등 오너 일가는 수상자 가족들과 함께 신라호텔에서 만찬을 하는 대신 용인 삼성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해 ‘조용히’ 음악회에 참석했다. 수상자보다 오너 일가가 주목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조처였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은 여전히 초미의 관심을 끈다.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사실상 관련도 없는 회사 주가가 오르내리는 판이다. 

삼성중공업은 정부 주도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대상에 올라있다. 채권단은 삼성중공업에 자구안 마련을 요구하면서 이 부회장의 책임을 직간접적으로 요구했다. 이 부회장이 개인적으로 삼성중공업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데도 말이다. '삼성=이재용'이란 암묵적 공식이 이미 자리잡은 탓이다.

삼성SDS는 3일 일부 사업부를 분할해 삼성물산과 합병한다는 소식이 전해져 곤욕을 치렀다. 지지부진했던 삼성물산 주가는 급등했고 삼성SDS는 급락을 면치 못했다.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는 이 부회장이 경영전면에 부상하면서 롤러코스터를 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2년 사이 사업재편에 따른 합병과 매각, 사옥 이전 등 이슈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는 지금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한 상황이다. 기업들이 급변하는 상황에 맞춰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며 또 마땅히 그래야만 한다.

삼성그룹도 마찬가지다. 과거와 같이 ‘문어발식’ 확장에 기대는 양적 성장과 단절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이재용 시대’의 막을 여는 것이다.

하지만 삼성그룹에서 지난 2년 사이 이뤄진 사업재편의 양상은 뒷맛이 썩 개운치가 않다. 사업재편의 이면에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를 염두에 둔 ‘꼼수’가 자리잡고 있다는 시각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삼성물산이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제일모직과 합병했다. 제일모직은 에버랜드에서 사실상 이름만 바뀐 회사다. 에버랜드->제일모직->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사업재편의 중심에 이재용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으로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손에 넣기 위해 일련의 사업재편 작업이 진행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현재 삼성물산은 ‘누더기’가 되고 말았다. 리조트레저사업에 의류사업을 갖다 붙였고 여기에 건설부문이 더해졌다. 삼성그룹이 그토록 강변했던 사업시너지는 현재 상황에서 보면 억지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이미 합병 추진과정에서 확인됐으며 그 후유증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삼성물산은 투자자들 사이에 '수박물산'이란 비아냥도 받고 있다. 지난해 합병동의를 얻기 위해 삼성물산 임직원들을 동원해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수박을 한 통씩 돌렸기 때문이다.

삼성SDS는 분할 뒤 삼성물산과 합병설에 대해 "사업부문별 회사분할을 고려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 방법이나 일정에 대하여 확정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과연 이를 믿을 수 있을까?

삼성SDS는 이 부회장이 지분 9.2%를 소유해 개인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관련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몸살을 앓는 이유다.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 이슈가 사라지지 않는 한 삼성SDS는 물론이고 삼성물산, 삼성전자, 삼성생명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들은 불확실성 리스크를 안을 수밖에 없다.

이는 삼성그룹의 사업은 물론 사업재편에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명실공히 글로벌기업이며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타기업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사회적 승인'이 요구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과정은 당당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 사업재편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맞추고 승계는 승계대로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사업재편을 통한 지배력 확대와 같은 ‘얄팍한’ 꼼수는 글로벌기업 삼성의 위상에 결코 걸맞지도 않고 이 부회장 개인의 경영 리더십에도 생채기를 낼 뿐이다.

지분을 확대하고 싶다면 증여세를 내는 등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 하며 삼성전자 경영전면에 나서고 싶다면 등기이사에도 당당하게 이름을 올리는 것이 맞다.

만찬 뒷풀이 대신 음악회에서 피아노 연주를 듣는다고 해서 결코 ‘조용해질’ 일이 아니란 얘기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