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전세가율 80% 육박, ‘깡통전세’ 현실화 가능성 높아져

▲ KB부동산 6월 아파트 전세가율 자료. < KB부동산 >

[비즈니스포스트] 비수도권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해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해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건수와 금액이 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전국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보이며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의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른바 깡통전세에 따른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5일 KB부동산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6월 비수도권의 아파트 전세가율(전셋값/주택매매가격)이 지난해 7월(75.5%) 이후 최고치인 75.4%로 집계됐다. 

6월 아파트 전세가율을 지역별로 보면 충남 78.9%, 경북 78.6%, 충북 77.0%, 강원 76.8%, 전남 75.5%, 경남 75.4%, 전북 74.9% 순서를 보였다.

특히 아파트 가격이 낮아 갭투자가 성행했던 비수도권 지역 위주로 깡통전세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갭투자는 전세를 끼고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리는 부동산 투기방식을 말한다. 집주인은 전세보증금을 통해 무이자로 자금을 빌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갭투자를 할 때는 전세가율이 높을수록 유리하다. 그만큼 자기 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이는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거래량이 많은 상황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갭투자자는 주택을 처분해 은행 채무와 전세보증금을 갚고 차익을 누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금리가 오르면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대출을 활용해 이익률을 높이는 지렛대 효과가 역으로 작용해 손실이 커지기 때문이다. 

부동산 업계에선 통상적으로 전세가율이 70%을 넘어서면 위험하다고 본다. 주택가격이 떨어지면서 최악의 경우 경매로 넘어갈 수도 있다.

경매가 집행되면 시세보다 현저하게 낮은 가격에 낙찰될 가능성이 크고 임차인은 은행 등 선순위 채권자보다 권리에서 뒷순위로 밀린다. 임차인은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보상을 받거나 전세보증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다.

특히 부동산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80%이 넘는 매물의 전세계약을 피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하지만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율 80%이상을 보이는 지역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5월 전세가율 통계자료를 살펴보면 전남 광양 85.0%, 충북 청주 서원구 84.3%, 경기 여주 84.2%, 충남 당진 83.5%, 전남 목포 83.4%, 경북 포항 82.9% 등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런 지역들은 외지인 갭투자가 성행했던 곳이다. 깡통전세 물량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깡통전세는 전셋값이 매매 가격보다 높거나 비슷한 매물을 뜻한다. 넓게는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전세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경우도 포함된다. 다시 말해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세입자는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전세를 말한다.

이미 전세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전세보증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가 2017년 33건(74억 원), 2018년 372건(792억 원), 2019년 1630건(3442억 원), 2020년 2408건(4682억 원), 2021년 2799건(5790억 원)으로 조사됐다. 

올해 4월까지 전세 보증사고 피해금액은 20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0%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한다면 피해건수와 금액이 더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실제 올해 들어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지역이 나오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6월 말까지 누적으로 0.11% 하락했다. 서울은 0.19%, 수도권은 0.40% 빠졌다. 비수도권 지역은 0.16% 오른 것으로 조사됐으나 6월 둘째 주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KB부동산 자료를 기준으로 60%을 넘는 수준으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또한 비수도권 지역의 깡통전세 우려가 수도권으로 번지기도 쉽지 않다는 분석이 많다.

아파트 값이 몇 년 동안 크게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최근 아파트 값의 하락폭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에서도 2030세대가 최근 2~3년 동안 아파트보다 낮은 가격에 매력이 있었던 빌라에 갭투자를 했던 만큼 충격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최근 언론매체 인터뷰에서 "서울이나 수도권 주요 지역에서는 비교적 저가인 도시형주택이나 빌라를 제외하고는 역전세 가능성이 낮다"며 "하지만 앞서 투자 수요가 몰렸던 지방의 저가 단지들이나 전세가율이 70% 이상 되는 지역에서는 매수심리가 위축되면 깡통전세 위험이 불거질 수 있어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