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파운드리(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이 2024년 공급 과잉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TSMC와 삼성전자 등 파운드리 기업들은 이미 진행하고 있는 증설 계획 외에 추가 설비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26일 “2022년 초부터 반도체 수요가 침체 조짐을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운드리 기업들의 생산능력 확장이 멈추지 않고 있어 2024년에는 과잉 생산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나타나면서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TSMC를 비롯해 인텔까지 파운드리 설비 증설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2021년 삼성전자는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1조 원)를, TSMC는 아리조나주에 1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내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TSMC는 일본 남서부 구마모토현에도 70억 달러를 투자해 파운드리 공장을 만든다. 이 외에도 인도와 이탈리아, 싱가포르에 공장을 건설하기 위해 현지 당국과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3년 동안 반도체공장 증설에 1천억 달러(약 127조 원)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텔도 파운드리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미국 애리조나주와 오하이오주에 200억 달러(약 24조 원)을, 유럽 독일과 아일랜드에 800억 유로(110조 원)을 들여 파운드리 공장을 구축 또는 증설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 삼성전자의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파운드리공장. |
하지만 이와 같은 설비 투자 경쟁은 공급 과잉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새롭게 증설되는 파운드리 공장이 가동되는 2024~2025년 글로벌 반도체 생산량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데 반도체 수요 증가 속도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친다면 삼성전자나 TSMC 등은 막대한 설비투자에 따른 수익을 얻지 못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는 향후 몇 년 동안 경기침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으면서 반도체 수요 위축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미국의 주요 반도체설계기업 엔비디아는 2022년 1분기 ‘깜짝실적’을 발표했지만 2분기 가이던스(기업이 예상하는 실적)를 81억 달러로 월가의 예상치인 84억4천만 달러보다 훨씬 낮춰서 제시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 가이던스에서 서버 수요가 둔화하는 조짐이 파악된다”며 “경기 선행지표들이 안 좋은 상황에서 PC, 스마트폰에 이어 서버 수요까지 타격을 받는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TSMC를 비롯한 파운드리기업들이 이미 진행하고 있는 생산능력 확대 외에 어떠한 새로운 생산설비 확장 프로젝트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지타임스는 “고성능컴퓨팅(HPC),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네트워크, 응용 칩 수요는 계속 늘고 있지만 파운드리와 종합반도체기업(IDM)의 총 생산능력 확장 규모는 예상보다 크다”며 “2023년 이후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상태가 유지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