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건설사 성지건설의 주가가 매각 기대감에 급등했다.

성지건설은 과거 박용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재기를 꾀했던 곳인데 이번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할지 주목된다.

  '박용오의 한' 서린 성지건설, 새 주인 찾나  
▲ 이관호 성지건설 사장.
성지건설 주가는 23일 직전 거래일보다 19.40% 오른 2만 원으로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52주 신고가인 2만1천 원을 기록하는 등 8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성지건설 주가는 4월 초 4천 원선에서 한달 만에 5배가량 뛰어올랐다.

매각에 대한 기대감이 성지건설 주가를 끌어올렸다.

성지건설은 4월21일 “유상증자와 전환사채 발행 등 전략적 투자유치, 신사업 진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 뒤 성지건설 주가는 세 거래일 연속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성지건설은 20일 “추가적으로 최대주주 변경을 전제로 한 경영권 양수도계약을 위한 실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단순히 투자자를 유치하는 것에서 경영권 자체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성지건설은 지난해 매출 1360억 원, 영업손실 122억 원을 내며 적자로 전환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224억 원에 영업손실 23억 원으로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성지건설은 수익성이 낮은 도급공사 위주의 사업구조로 부진한 실적을 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1분기에 성지건설 공사금액 비중은 관급공사 65.11%, 민간공사 30.24%, 자체공사 4.65%였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관급공사 비중이 93.16%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민간공사는 6.85%에 불과했고 자체공사는 아예 없었다.

특히 성지건설이 속한 대원그룹의 아파트 브랜드 ‘칸타빌’의 공사물량이 떨어지면서 성지건설의 실적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원그룹의 성지건설의 도급지원이 줄어들면서 매각으로 결별 수순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성지건설은 1969년 설립된 중견건설사다. 인천 문학경기장, 마포대교 확장공사 등을 수행해 토목공사에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를 받는다.

일반인들에게는 박용오 전 두산그룹 명예회장이 재기의 발판으로 삼았던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박 전 명예회장은 두산그룹 형제의 난을 겪은 뒤 두산그룹 경영에서 밀려나자 2008년 성지건설을 인수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성지건설을 10대 건설사로 키우겠다면 의욕적으로 경영에 나섰다. 박 전 명예회장의 장남 박경원씨와 박중원씨도 각각 부회장과 부사장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영화관과 아울렛 등으로 성지건설 사업을 확대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로 본업인 건설업이 위축되며 실적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박 전 명예회장은 성지건설을 인수한 지 2년이 지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 뒤 성지건설은 부도를 내고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11년 6월 충북지역 건설사인 대원에 인수됐다. 대원은 성지건설 인수로 전국구 건설사 도약과 함께 사업다각화 효과를 기대했으나 실적부진으로 인수 5년 만에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성지건설 주가는 대원 인수 당시 16만 원 이상까지 치솟았으나 그 뒤 내리막을 걸었다. 성지건설의 시공능력평가순위는 2006년 50에서 지난해 116위까지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