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소건설사들이 기업과 브랜드 이미지를 고급화하기 위한 장외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보건설, 안강건설, 태왕E&C 등은 올해 골프단을 창단하면서 스포츠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호반건설, DL이앤씨 등은 미술관 운영 등 문화예술분야 활동의 폭을 더욱 넓히고 있다.
▲ 동부건설 골프단 소속 조아연 선수가 8일 충북 충주시 킹스데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제8회 교촌 허니 레이디스오픈 2라운드 15번 홀에서 버디를 기록하고 있다. <연합뉴스> |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뿐 아니라 비수도권, 소규모 사업장에서도 대형건설사의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이 서울을 벗어나 비수도권까지 진출하고 있을 뿐 아니라 아파트 브랜드가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두드러지면서 시장에서도 고급화 요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중소건설사들은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더욱 무거워졌다. 서울 주택시장 진입을 위해서가 아니라 당장 ‘텃밭’을 지키기 위해서도 브랜드 관리가 중요해진 것이다.
최근 중소건설사들 사이에서 골프단 창단이 줄을 잇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골프는 야구, 축구, 농구 등 다른 프로 스포츠 구단을 운영하는 것과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을 투입해 높은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도 건설사들이 원하는 이미지에 맞아떨어진다.
여기에 최근에는 2030 젊은 층에서 골프를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소비자와 접점을 높일 수 있는 대중성 부분까지 더해지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한국 골프 인구는 약 515만 명으로 1년 만에 46만 명이 늘어났다. 이 가운데 2030세대가 115만 명으로 한 해 동안 35% 급증했다.
올해는 골프 대회도 역대급으로 많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 대회는 33개, 남자프로골프투어 대회는 22개에 이른다. 브랜드 노출 기회도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대보건설은 지난 3월 남녀 프로골퍼 각 3명씩을 영입해 대보골프단을 창단했다. 대보골프단 소속 선수들은 계약기간 2년 동안 대보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하우스디’ 로고가 새겨진 모자와 옷을 착용한다. 안강건설, 태왕E&C 등도 대보건설과 비슷한 시기에 골프단을 창단했다.
이미 2014년부터 골프단을 운영해온 대방건설은 올해 투자를 더욱 늘렸다. 대방건설은 올해 자체 골프단에 국가대표 출신 오지현 선수를 비롯해 유망주로 기대받는 김민선, 신현정 선수를 영입하면서 전력을 보강했다.
이 밖에도 호반건설, 동부건설, 대우산업개발, 요진건설산업 등 건설사 12곳이 프로골프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 DL그룹이 운영하는 디뮤지엄에서 10월30일까지 열리는 기획전시 '어쨌든, 사랑' 전시관 모습. <디뮤지엄 홈페이지 갈무리> |
중견으로 발돋움한 건설사들은 미술관 운영 등 문화활동으로 브랜드 마케팅 영역을 넓히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힘을 싣고 있다.
DL이앤씨를 주력 계열사로 둔 DL그룹은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다.
DL그룹은 대림미술관에서 작품 전시, 재즈 등 다양한 예술분야 공연을 진행해왔다. 지난해에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디뮤지엄을 성수동 서울숲 인근으로 이전하면서 접근성을 높였다.
디뮤지엄은 2015년에 개관할 때부터 ‘인증샷’을 허용하는 운영 방침을 앞세워 2030세대 관람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등에 버금가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호반건설도 그룹 재단을 통해 전시회장 호반아트리움, H아트랩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H아트랩은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에 자리잡고 있는데 대중에 공개하는 전시공간인 아트 스페이스 외에도 작가에 개인 작업실을 제공하는 등 창작활동을 지원하면서 문화예술 쪽에서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5월과 6월 비수도권 아파트 분양시장에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0위권에 드는 건설사들의 ‘브랜드’ 아파트 1만9097가구가 공급된다.
2021년 같은 기간(6408가구)과 비교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자이,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더샵, e편한세상 등 정말 누구나 아는 대표 브랜드들이 총출동한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해 봐도 비수도권 역시 브랜드 아파트 선호가 뚜렷해지고 있다.
지난해 10대 건설사들이 지방 중소도시에 공급한 아파트(40개 단지)의 1순위 청약경쟁률 평균치는 30.1대 1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 외 136개 단지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은 9.48대 1이었다.
직방이 올해 3월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143명의 73%는 이미 선호하는 아파트 브랜드가 있다고 대답했고 87.4%는 아파트 브랜드가 가격형성에 영향을 준다고 바라봤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