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7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관한 책임을 지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를 발표한 지 4개월여 만이다.
정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 아이파크 HDC현대산업개발 사옥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화정 아이파크 사고 추가대책으로 단지 전체 전면 철거와 재시공 계획을 발표했다.
화정아이파크 전체 동 철거와 재시공 가능성은 사고 뒤 여러 번 언급됐던 방안으로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
이날 오전 급하게 기자회견이 열린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정 회장이 어떤 방안을 내놓을까 시선이 쏠렸던 만큼 일각에서는 김이 샌다는 반응도 나왔다.
기자회견 시간도 12분 남짓이었다.
정 회장은 유병규 HDC현대산업개발 대표이사 사장, 하원기 대표이사 전무 등 경영진과 함께 이날 10시10분경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뒤 정 회장이 다시 한 번 광주 붕괴사고를 놓고 사죄하고 대책방안을 발표한 뒤 질문을 잠깐 받았다. 기자회견은 10시30분도 되기 전에 끝났다.
정 회장이 직접 등장해 화정아이파크 전면 철거 뒤 재시공 결정을 밝힌 것은 신뢰회복을 위한 한 걸음으로 의미가 크다는 평가도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붕괴사고로 잃은 안전과 품질 관련 신뢰의 회복이 절박하다. 이는 HDC그룹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사안이다.
정 회장은 이날 회견장에서도 사죄의 말로 말문을 열었다.
정 회장은 “다시 한 번 광주 사고의 모든 피해자와 가족, 그리고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린다”며 “광주 화정동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4개월째 접어 들었지만 사고로 유명을 달리하신 근로자 가족 보상 외 국민이 체감할 만한 사고수습 모습을 보이지 못해 다시 한 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아이파크가 다시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도 약속했다.
정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은 고객의 안전문제 우려를 씻고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존립의 의미가 없다”며 “앞으로 조금이라도 안전에 관한 신뢰가 없어지는 일이 없도록 회사에 어떤 손해가 있더라도 고객과 약속을 꼭 지키겠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재시공 건축비, 입주지연보상금, 주민거주지원비 등을 포함 화정아이파크 전체 8개동을 모두 철거하고 새로 짓는 비용으로 약 3700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21년 4분기에 이미 반영한 1700억 원에 더해 2천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것으로 바라봤다.
철거와 재시공 기간도 70개월은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주변 민원 등으로 인허가 절차에 상당히 시간이 걸릴 것을 고려한 기간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현재 시공계약 해지 총회 등을 계획한 현장이 계속 나오고 있는 만큼 화정아이파크 사고 여파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철거현장 붕괴사고에 따른 서울시의 영업정지 처분과 전국 사업장에서 잇따르는 시공계약 해지 상황에서도 HDC그룹이 확보한 현금유동성 등을 바탕으로 버티고 있다.
도시정비시장에서 신규 수주도 하나 둘 따내고 있다.
다만 건설사의 생명인 안전과 품질부분에서 불신을 극복하지 못하면 회사의 미래는 어두울 수밖에 없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서 3일 HDC현대산업개발 기업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기존 3만 원에서 1만5천 원으로 크게 낮추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영구적 사업가치 훼손으로 사업규모가 작아질 수 있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정 회장도 신뢰 회복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했다.
정 회장은 완전히 새로운 아이파크를 세우는 것이 입주예정자 등 고객의 신뢰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회장의 ‘결단’을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와 시장은 그저 당연한 기본적 조치로 받아들일 공산이 크다.
정 회장이 이날 직접 밝히기도 한 것처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들은 사고가 발생한 동뿐 아니라 다른 동들도 안전 문제를 가장 걱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