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일부 사업부를 분사한 뒤 매각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현재 조선업황의 부진을 견뎌내기 위해 일부 사업부를 포기하는 방안까지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 어떤 사업을 분사해 매각하나  
▲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현대중공업은 19일 “경영효율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으로 일부 사업에 대한 분사 및 일부 지분 매각 등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12일 주채권은행인 KEB하나은행에 제출한 자구계획안에 일부 사업부를 분사하는 방안을 담았을 것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비조선사업부를 분사한 뒤 조선·해양 사업부에 회사 역량을 모으겠다는 의지를 보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먼저 일부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로 만든 뒤 이를 매각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사한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조선·해양사업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회사에서 조선·해양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업부를 떼어내면 인력감축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해양부문을 제외하고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등 사업을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유와 금융부문은 각각 현대오일뱅크와 하이투자증권 등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별도기준으로 1분기에 엔진기계, 전기전자시스템, 건설장비, 그린에너지부문에서 전체매출의 30% 정도를 거뒀다.

현대중공업은 이 가운데 건설장비부문의 지게차사업부와 그린에너지부문의 태양광사업부 등을 분사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엔진기계부문은 선박용 엔진 등을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분사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지게차사업부는 건설장비부문에서 굴삭기사업부에 이어 규모가 두번째로 큰 사업부로 지난해 3872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중국 건설경기가 둔화하면서 매출규모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건설장비부문에서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으로 적자를 냈는데 적자폭이 늘어나자 1월에 건설장비사업부 인력의 일부를 조선소로 전환배치하기도 했다.

그린에너지부문의 태양광사업부는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전지와 모듈, 시스템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그린에너지부문은 2011년 별도 부문으로 분리된 이후 4년 연속으로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로 전환했다.

현대중공업은 산업용 로봇과 의료용 로봇을 생산하는 로봇사업부도 분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로봇사업부는 애초 엔진기계부문에 속해있다 지난해 7월 독립부서로 출범했다. 로봇사업부는 2014년 1899억 원의 매출을 냈는데 지난해 2172억 원의 매출을 내며 성장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