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인도 정부가 대만 TSMC와 미국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 세계 주요 파운드리업체와 모두 현지 반도체공장 설립을 논의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아직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인프라와 물류 등 현실적 요소를 고려하면 인도에 대규모 반도체 위탁생산공장을 설립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정부의 보조금 제공 등 적극적 지원을 통해 인도에 해외 반도체기업의 생산공장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인도 정부는 이미 TSMC와 인텔, 글로벌파운드리 등 주요 반도체기업과 투자 계획에 관련한 논의를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팻 겔싱어 CEO가 최근 운드리사업부 임원들과 인도로 출장을 떠나 모디 총리와 직접 회동을 진행했을 정도로 인도 반도체공장 투자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반도체 파운드리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인도 정부와 현지 반도체공장 설립 논의에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TSMC나 글로벌파운드리, 인텔과 달리 삼성전자가 인도 반도체공장 투자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점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블룸버그는 “삼성전자와 TSMC는 해마다 수백억 달러의 돈을 반도체공장 투자에 들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필요한 물류와 수도, 전력 등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고 바라봤다.
인도 정부가 반도체공장 설립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반도체공장에 필요한 인프라와 공급망을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인도가 반도체기업들의 공장을 유지하는 데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불리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이런 문제가 해결돼야만 대기업 생산공장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도 현지 제조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반도체 종류가 첨단 미세공정을 활용하는 반도체보다 오래된 공정 기반의 제품 위주라는 점도 공장 투자에 따른 실익에 의문을 더하는 요소로 꼽힌다.
반도체기업들이 인도 공장에서 생산하는 반도체는 대부분 현지 기업을 고객사로 노리게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첨단 기기보다 가전제품 등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애플과 삼성전자,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업체가 인도 현지에서 모바일기기 생산을 확대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는 만큼 첨단 반도체 수요가 앞으로 늘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 인도 노이다 지역에 위치한 삼성전자 스마트폰 생산공장. |
블룸버그는 인도 정부가 과거 삼성전자와 대만 폭스콘 등의 스마트폰 생산공장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던 전략을 반도체공장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당시 인도에서 스마트폰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정부도 막대한 세제혜택을 적용했던 만큼 현지 시장 상황과 정부의 지원 의지가 모두 중요하다는 의미다.
모디 총리는 인도 반도체공장 유치에 100억 달러(약 12조6천억 원) 규모의 지원금을 예산으로 잡아두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 등 국가에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다.
인도 기술기업부 장관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모든 반도체기업들이 인도 공장 건설에 관심을 두고 있다”며 “기업 관계자들과 활발하게 논의하며 공격적으로 공장 유치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기업들이 정부의 지원 조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협상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구체적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디 총리가 인도 반도체공장 설립을 위해 더 과감한 지원 방안을 추진한다면 삼성전자도 충분히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인도에 스마트폰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인도 정부와 긴밀하게 협력해 왔다. 최근에는 가전제품용 부품공장 설립 계획을 확정했고 통신장비 생산공장 건설 계획도 검토되고 있다.
인도 정부 지원을 받아 현지에 삼성전자 반도체 파운드리공장까지 설립한다면 글로벌 위탁생산 고객사 기반을 확장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공산이 크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