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증권감독관리위가 미국에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회계규정 개정에 착수했다.

미국과 중국기업 회계감독권을 놓고 갈등을 겪다가 한 발 양보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증시 상장 중국기업 리스크 풀리나, 중국 회계규정 갈등 한 발 양보

▲ 중국 증권감독관리위 로고.


4일 중국 현지 매체 매일재경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가 ‘국내기업 해외 증권 발행과 상장 관련 기밀, 기록물 관리 강화 업무 관련 규정’을 일부 개정해 의견 수렴에 나섰다.

증권감독위는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미국증시에 상장된 중국기업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리는 것을 놓고 미국 증권당국과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미국 SEC는 중국 최대 검색 포털 사이트 바이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아이치이, 바이오제약사 카시파마슈티컬스, 자이딩바이오, 반도체 기업 성메이반도체 등 총 10개 중국기업을 예비 상장폐지 명단에 올려 상장 유지 자격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중요한 변경 내용을 보면 ‘해외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관한 현장 검사는 중국 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거나 중국 기관의 검사결과에 따라야 한다’는 항목이 삭제 됐다.

대신 ‘해외 증권당국과 관련 기관이 중국기업의 증권 발행 및 상장 관련 활동에 관해 조사 혹은 현장검사가 필요하면 해외 감독관리 체계에 따라 진행할 수 있고 증권감독관리위 혹은 관련 기관은 양자 및 다자 협력 감독 체계에 필요한 협조를 한다’는 조항이 추가됐다.

미국 증권당국이 중국기업 현장검사나 조사를 신청하면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중국 증권당국은 미국과 합의해서 미국에 등록된 홍콩회계법인을 통해 중국기업에 관한 감사와 조사를 하는 것을 허용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또 중국기업은 미국 증권당국에 필요 회계서류를 제출할 수 있게 됐다.

개정안 가운데 ‘해외 상장 중국기업이 상장 과정에서 증권사나 회계사 등 관련 기관이나 해외 증권당국에 기록물과 문건을 제공 혹은 공개할 때 민감 정보에 관해 중국 증권당국에 서면 설명한 뒤 제공한다’는 규정이 추가됐다.

미국 증권당국은 2020년 말 외국기업문책법(HFCAA)을 통과시켜 미국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이 3년 연속 회계감사 조서 제출을 거부하면 상장폐지 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 동안 중국정부는 중국기업이 미국에 회계감사 조서를 제출하는 것을 승인해주지 않았다. 미국과 중국이 미국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회계감독권을 놓고 오랜 시간 갈등하고 있는 이유다.

미국 증권당국이 중국의 해외 상장 중국기업 관련 개정안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로 남아있다.

일단 미국과 홍콩에 동시 상장돼 있는 중국기업들은 상장폐지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어느 정도 주가를 회복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중국 정부의 반독점 제재나 공부론 리스크는 아직 남아있다.

시진핑 정부는 공산주의에 뿌리를 두고 이른바 공부론으로 불리는 공동부유론(공동번영)을 내세우고 있다.

중국 당국은 거대 공룡기업이 된 IT기업과 플랫폼기업에 관한 중국경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빈부격차, 교육 불평등이 심화되고 이에 따른 계층갈등이 사회 불만의 핵심 근원이라 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올해에도 공부론에 저해가 되는 독점기업에 반독점법을 통해 제재를 강화할 것을 시사했다.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