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지하철 2호선 삼성역에 여러 상업광고와 함께 아이돌 팬들의 '연예인 생일축하 광고' 등이 게재돼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아이돌 A님 데뷔 1주년, 지금까지 함께 해줘 감사”. “배우 B님 생일 축하!”.
오늘도 많은 시민들이 지하철역에 내려 아이돌이나 배우를 향한 '팬심'이 담긴 광고를 보며 출근한다. 지하철역에서 상품 광고 아닌 광고는 낯설지 않다.
하지만 유독 엄격한 잣대가 요구되면서 여전히 대중이 지하철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광고가 있다. 바로 ‘의견광고’다. 의견광고는 개인 또는 조직이 특정 사안을 놓고 의견을 진술하는 광고를 뜻한다.
지하철역 의견광고 게재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30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고 변희수 하사 관련 광고물의 설치를 막은 서울교통공사를 비판하며 "인권에 기초한 지하철 광고 게재 규정을 만들라"며 집회를 열었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23일 서울교통공사의 광고관리 규정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는 권고를 내놓은 바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세월호 8주기 추모광고 불허와 관련해 인권위로부터 재검토 권고를 받았지만 이 또한 무시했다. 이유는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에 방해가 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서울교통공사가 의견광고를 일류적으로 거부하는 심사규정을 만들고 ‘정치적 중립성’을 들며 논란이 될만한 광고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의견광고를 금지한다는 광고 심사기준이 2018년에 서울지하철역 10곳에 설치된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축하 광고로 한 차례 논란을 겪은 뒤 마련된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만 의견광고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광고 게재를 일류적으로 금지하는 서울교통공사의 심사기준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지하철의 기능과 의미를 생각하다면 서울지하철공사의 소극적 태도과 시대에 뒤떨어진 심사규정은 변화가 필요하다.
수많은 대중이 매일 같이 필수적으로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지하철 광고를 접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지하철 역사와 지하철이 지닌 공공성과 상징성은 '광장'에 못지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교통공사가 지하철의 공공성을 주장하며 국가에 재정적 지원을 요구하고 광고로 수익을 내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고를 통한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지하철이 사람만 나르는 통로가 아닌 사람의 생각도 나를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