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의 자리까지 올랐으나 모순적이게도 반(反)문재인의 아이콘으로 떠오르며 야당 후보로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 당선] 사시 9수 뚝심으로 검찰총장 넘어 한국의 대통령으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2022년 3월10일 새벽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청산에 나섰던 것처럼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심판해달라는 국민들의 염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검사 출신 첫 대통령이다.

법조계에서 정치에 발을 들인 인물들은 많다. 당장 이번 대선 유력한 경쟁자였던 이재명 전 경기지사도 변호사 출신이다. 하지만 아무런 정치 및 행정 경험 없이 곧바로 대통령에 당선된 것은 윤 당선인이 처음이다.

윤 당선인은 충암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에 진학했다. 대학원에서 법학석사학위까지 받은 뒤 9수 끝에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윤 당선인은 검사 시절 거침없는 수사로 이름을 알렸다.

김대중 정부 당시 경찰청 정보국장인 박희원 치안감을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해 입건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 보좌관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후원금 횡령 혐의로 구속하기도 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회삿돈 797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정재계가 시끄러울 때 윤 당선인이 사직서까지 내밀며 정 회장의 구속을 요구한 것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의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사건을 수사하던 정호영 특검에 합류하는 등 검사로서 커리어를 쌓아가는 듯 했으나 국정원 댓글사건 수사로 박근혜 정부의 눈 밖에 났다.

국정원 댓글사건은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기간 중 국가정보원 심리정보국 소속 요원들이 국가정보원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에 게시글을 남김으로써 대통령선거에 개입한 사건을 말한다. 

윤 당선인은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 출석해 "국정원 직원들을 조사하던 중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으로부터) 직원들을 빨리 돌려보내라는 지시가 계속 있었고 국정원 직원들을 석방하고 압수물을 돌려주라는 지시도 내려왔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윤 당선인이 '국정원에서 외압이 심했다, 야당 도와줄 일 있냐는 질책을 받았다'고 주장하자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이 "조직을 사랑하느냐,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에 윤 당선인이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말씀을 드린 것이다"고 답한 일화는 윤 당선인을 소신있는 검사로 만들며 '윤석열 어록'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이 사건으로 정직 1개월의 징계처분이 내려졌고 대구고등검찰청 검사로 발령받았다. 검사의 인사이동 범위가 지방까지인 것은 사실이나 사실상 좌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당선인이 세간에 다시 알려지게 된 것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다.

2016년 12월 박영수 특별검사로부터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특별검사 수사팀의 팀장으로 임명됐다. 박근혜 정부에서 좌천된 검사인 만큼 친분이나 권력 등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윤 당선인은 삼성그룹 수사에서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하는 데 공을 세웠다. 이 수사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까지 이어졌고 이를 발판삼아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다.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된 뒤에는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원 공작사건,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 여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방산비리 등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있었던 여러 의혹들을 총체적으로 수사했다.

이후 2019년 7월 윤 당선인은 검찰총장에 임명됐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를 기점으로 문재인 정부와 갈등이 시작됐다. 

윤 당선인은 조 전 장관과 그의 가족을 상대로 강도 높은 수사를 벌였다. 조 전 장관의 정치적 중립의무 위반부터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학교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 딸의 표창장 위조 의혹 등 다방면으로 수사가 진행됐다.

윤 당선인은 이에 그치지 않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도 갈등을 빚었다. 추 전 장관이 윤 후보의 측근들을 솎아냈고 검언유착 사건 수사에서도 대립이 이어졌다.

검언유착 사건은 채널A 소속이었던 이동재 전 기자가 금융사기로 복역하고 있는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접근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위 사실을 밝히라고 회유한 일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의 측근인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 등이 이 전 기자와 결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추 전 장관은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윤 당선인을 수사에서 배제시켰고 직무집행정지 명령과 정직 2개월의 징계까지 내렸다.

이 과정에서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와 맞서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며 야권의 대선주자로 물망에 오르기 시작했다. 결국 윤 당선인은 2021년 3월 검찰총장직에서 내려와 정계에 입문했다.

윤 당선인은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경선을 거쳐 제1야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로 선출됐다. 

경선 과정에서는 '전두환 옹호발언'과 '개 사과' 사진으로 곤욕을 치렀다.

윤 당선인은 2021년 10월 부산을 찾아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고 말해 큰 논란이 일었다.

이후 윤 당선인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개 사과' 사진을 올려 다시 논란이 일자 '실무자의 실수'라며 사과하기도 했다. 

대선 후보로 선출됐지만 윤 당선인의 대선가도는 쉽지 않았다. 김종인 전 총괄위원장 영입 문제나 이준석 당대표와 갈등 등 내부 문제로 골머리를 앓기도 했다.

정치 경력이 부족한 만큼 윤 당선인 본인의 자질 논란과 함께 무속논란, 아내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의 허위 학력·경력 논란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의혹 등 각종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마지막 여론조사까지 이재명 후보와 소폭이지만 지지율 격차를 유지했다. 여론조사 공표금지 기간에 들어서는 야권 경쟁후보였던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극적으로 단일화까지 이루면서 마침내 근소한 차이로 이재명 후보를 따돌리고 정권교체를 이루게 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