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스마트폰 갤럭시22 시리즈 등에서 게임 성능을 인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소비자들 사이에 논란이 커지고 있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은 이번 논란을 조속히 진화해 갤럭시S22의 초기 흥행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성능제한 논란 커져, 노태문 수습 ‘발등의 불’

▲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 사장이 2022년 2월10일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갤럭시S22 시리즈를 공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3일 해외언론과 유튜브,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삼성전자가 게임과 유튜브 등 일부 무거운 애플리케이션의 성능을 갤럭시S22의 ‘게임 옵티마이징 서비스(GOS)’ 기능을 활용해 낮췄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GOS는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과 태블릿에 기본적으로 탑재된 앱이다. 고사양이나 고화질의 게임 등을 구동했을 때 자동으로 활성화돼 기기의 과도한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막기 위해 초당 프레임 수와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조절해 화면 해상도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GOS는 이미 몇 년 전부터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돼 게임을 자주 즐기는 사용자로부터 원성을 받고 있었다.

다만 이전까지 GOS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앱 등을 통해 피해갈 방법이 있었는데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S22 출시와 함께 맞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One UI 4.0’ 업데이트를 진행하며 GOS를 비활성화하는 방법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또 그동안 GOS가 활성화되지 않았던 유튜브, 카카오톡, 인스타그램 등 앱 1만 개에서도 One UI 4.0 업데이트부터 GOS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더구나 갤럭시S22 등 최신 기기일수록 성능저하 폭이 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갤럭시S22 등으로 게임을 할 때 최대 성능의 절반 밖에 활용하지 못한다며 과대광고를 사유로 소송에 나설 움직임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외 IT매체 폰아레나도 이 논란에 주목해 한국의 유명 트위터리안을 인용하며 "삼성전자가 GOS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스마트폰의 성능 제한을 부과한다”는 의혹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는 이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긱벤치나 3D마크 등 벤치마크 앱에서는 GOS가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점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성능을 측정하는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앱에서 스마트폰 성능을 테스트할 때는 GOS가 활성화되지 않도록 해 마치 게임을 즐길 때도 CPU나 GPU 등 칩 성능을 100% 활용할 수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을 기망했다는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긱벤치 등 벤치마크 앱의 이름을 중국게임 ‘원신’으로 변경해 GOS가 작동했을 때의 실제 성능 점수가 공개됐다. 갤럭시S22울트라로 실험한 결과, GOS 작동 전 싱글코어 점수는 1243점에서 GOS 작동 뒤 679점으로 45% 하락했고 멀티코어 점수는 약 39%가 떨어졌다.
삼성전자 갤럭시S22 성능제한 논란 커져, 노태문 수습 ‘발등의 불’

▲ 갤럭시S22울트라 모델에서 GOS를 작동했을 때 성능 변화. <디시인사이드>

이런 최근 논란은 삼성전자와 노태문 사장의 신뢰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노 사장은 2022년 2월10일 갤럭시S22 시리즈를 공개하며 “역대 가장 강력한 갤럭시”라고 강조했다.

또 모바일프로세서로 퀄컴의 ‘스냅드래곤8 1세대’를 탑재해 성능을 대폭 향상함과 동시에 전작인 갤럭시S21 시리즈에서 지적됐던 발열 문제를 완전히 잡은 것처럼 홍보했다.

하지만 이번 논란으로 GOS를 통해 성능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발열을 잡은 것이지 근본적 문제는 해결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GOS를 유지하겠다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발열이 심해지면 사용자들이 저온화상 등 안전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에 GOS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게임 플레이를 할 때 GOS를 우회할 수 있도록 변경할 계획을 세우고 있지는 않다”며 “다만 최적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S22가 사전예약 등 초기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논란을 빠르게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다. 해결책 마련을 미룰수록 판매량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갤럭시S22 구매를 고민하다가 애플의 아이폰 등 다른 제품을 구매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16년 갤럭시노트7 출시 초반 해외에서 배터리 발화 의혹이 제기됐을 때 결함이 없다는 성명을 냈다가 논란이 확산된 뒤에야 리콜과 단종을 진행해 많은 비판을 받은 적이 있다.

폰아레나는 “삼성전자는 새로운 스마트폰이 좋은 출발을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사안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며 “갤럭시S22가 가장 인기 있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되는 데 이번 스캔들이 걸림돌이 되도록 해선 안 된다”고 보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