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화장품업체들의 매장 수가 크게 축소되고 실적도 줄어드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중국 현지업체 제품과 서양 프리미엄 브랜드 화장품이 소비자들에 더욱 주목받으며 한국 제품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모레퍼시픽 중국에서 입지 축소, 중국 제품과 서양 브랜드에 밀려

▲ 헤라 중국 공식 홈페이지 갈무리.


2일 중국 현지매체 베이징청년보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브랜드 헤라는 최근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위챗에 입점했던 스토어 운영을 중단했다.

헤라는 2013년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서 크게 흥행하며 한류 열풍에 수혜를 봤다.

주연배우 전지현씨가 극중 사용한 화장품 브랜드가 대부분 헤라 제품이라는 이유로 인기를 모았기 때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당시 헤라를 중국시장에 정식으로 출시하지 않은 상태였고 보따리상들이 한국 면세점에서 대량으로 구매해 중국에서 판매했다.

아모레퍼시픽은 2016년 7월 중국에 정식으로 진출하며 백화점 등에 헤라 매장을 빠르게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4년 뒤인 2020년부터 매장을 점차 줄이기 시작했고 현재는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한 뒤 온라인 판매채널도 점차 축소하고 있다.

헤라뿐 아니라 이니스프리, 에뛰드하우스 등 다른 한국 브랜드 화장품도 중국시장에서 입지 확보에 고전하고 있다.

이니스프리는 2012년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으로 중국시장에 진출한 이후 수 년 동안 연평균 신규 매장 100곳 안팎을 열 정도로 빠르게 사업기반을 확장했다.
    
하지만 2017년을 전후로 중국시장에서 매출과 순이익이 계속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니스프리는 2022년 말까지 280여 개 매장을 140개로 줄일 계획을 세우고 있다.

베이징청년보는 중국에서 한류 열풍이 식어가고 있는 데다 한국 화장품 브랜드의 마케팅 전략도 경쟁사들보다 뒤처지고 있다는 점을 한국 화장품 수요 위축의 원인으로 분석했다.

약 10년 전부터 한국 브랜드를 선호했던 세대의 소비자들이 지금은 더 높은 가격의 브랜드를 선호한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베이징청년보는 "한류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았던 80년대 및 90년대 초반 출생 소비자들은 나이가 들면서 서양 국가에서 수입하는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게 됐다"고 바라봤다.

90년대 후반 및 2000년대에 태어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품질 측면에서 한국 브랜드보다 중국 내수 브랜드 화장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뚜렷한 것으로 분석된다.

베이징청년보는 중상산업연구원 데이터를 인용해 2020년 가장 많이 팔린 색조화장품 브랜드 상위 20개 가운데 6개가 중국 브랜드 제품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1위는 로레알그룹 소속 브랜드인 메이블린뉴욕이 차지했다. 3위는 디올,  4위는 로레알, 6위는 입생로랑, 7위는 조르지오 아르마니, 8위는 랑콤, 9위는 맥, 10위는 에스티로더다. 

한국 브랜드는 마몽드가 18위, 이니스프리가 19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모두 아모레퍼시픽 브랜드다.

아모레퍼시픽을 필두로 한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서양의 고가 브랜드 화장품과 중국 내수 브랜드 제품 사이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나타내지 못 해 소비자들에 외면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킨케어화장품 점유율 상위 20개를 봐도 중국 브랜드와 서양 브랜드 화장품이 상위권을 휩쓸었다. 한국 브랜드는 이니스프리가 16위, LG생활건강의 후가 18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비즈니스포스트 노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