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 사이에서 부회장 운용방식이 엇갈린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은 지주회사에 부회장을 여럿 두지만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은 부회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차이는 현 회장의 재연임 가능성이다. 부회장이 사실상 차기 회장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KB·하나에는 있지만 신한·우리에는 없다, 금융지주에서 부회장이란?

▲ 양종희 KB금융지주 부회장(왼쪽)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신한금융지주는 9일 이사회를 열고 2021년 경영계획과 미래전략 등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사회 관심사 중 하나인 부회장 선임은 논의되지 않았다.

신한금융그룹에서 부회장직은 10여 년 전 사라졌다. 서진원 신한은행장이 2015년 투병 후 복귀했을 때 예우 차원에서 부회장으로 불리긴 했으나 공식직함은 경영고문이었다.

사라진 지 오래인 부회장의 부활 가능성이 떠오른 것은 금융지주 사이에서 부회장을 두는 추세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은 최근 허인 KB국민은행장을 지주 부회장으로 선임했다. 연말 임기 만료인 기존 양종희 부회장이 계속 재임하는 경우 복수 부회장 체제가 된다.

KB금융그룹은 2020년 말 부회장을 새로 만들고 양 부회장을 자리에 앉혔다. 2017년 말 김정민 KB부동산신탁 부회장을 영입한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지주 차원에서 부회장을 부활한 것은 2010년 강정원 국민은행장 겸 부회장이 물러난 뒤 10년여 만이다. 

여기에 양 부회장·허 부회장과 1961년생 동갑내기인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까지 KB금융그룹 부회장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부회장 도입 1년 만에 3인 부회장까지 확대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과거 금융지주 부회장 자리는 회장을 견제하는 위치에서 갈등을 빚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KB금융그룹 황영기 전 회장과 강정원 전 부회장의 관계가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금융지주 지배구조를 안정화하는 과정에서 부회장직은 자연스레 폐지 절차를 밟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금융지주 장수 회장의 임기 만료와 맞물려 부회장이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의 하나로 다시 주목받는 모양새다. 부회장이 검증과 경쟁 등을 겪으면서 차기 회장에 도전할 수 있어 후계구도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부회장 신설을 놓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임기는 2023년 11월 끝난다. 복수 부회장 체제를 마련한 것은 어느정도 후계구도를 형성해 수장 교체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임기는 이보다 이른 2023년 3월 끝나기는 하지만 조 회장은 3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굳이 부회장을 둬 차기 회장을 준비할 필요성이 떨어진다는 해석이 많다.

조 회장과 임기가 같고 연임 가능성도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부회장을 마련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이유로 여겨진다.

반면 김정태 회장이 장기간 이끌어가고 있는 하나금융그룹은 가장 적극적으로 부회장을 활용하고 있다. 하나금융그룹은 2008년부터 부회장을 운영해 왔는데 김정태 회장을 비롯해 김지완 현 BNK금융그룹 회장 등이 하나금융그룹 부회장을 거쳤다.

김정태 회장이 취임한 이후에도 하나금융그룹에는 거의 내내 부회장이 존재했다. 2016년부터는 함영주 하나은행장이 지주 부회장을 겸임하면서 한동안 함영주 단독 부회장 체제가 이어졌다.

하나금융그룹은 김 회장의 4번째 임기가 끝나는 해인 2020년 3월 이진국 부회장과 이은형 부회장을 추가 선임해 부회장을 3명으로 늘렸다. 2021년 3월에도 이진국 부회장이 물러나는 빈 자리를 지성규 부회장이 메우면서 부회장 3명을 유지했다.

김정태 회장은 얼마 전 연임 의지가 없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단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함영주 부회장은 5년 넘게 부회장을 맡아 차기 회장에 가깝다는 말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