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 사장이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발광다이오드)와 TV용 미니LED 등 신사업의 수익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두 신사업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만큼 앞으로는 시장 성장이나 고객사들의 사업 확대전략에 따른 수혜를 극대화하는 데 더 무게를 두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반도체 LED기술력은 글로벌 궤도 올라, 이정훈 이제는 수익 수확

이정훈 서울반도체 대표이사 사장.


8일 서울반도체에 따르면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R&D)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계속해서 줄여 나가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3분기 연결기준 매출 3403억 원을 거둔 것으로 잠정집계됐는데 이 기간 연구개발비용으로 193억 원을 집행했다. 비율로 따지면 5.7%다.

과거 이정훈 사장은 글로벌 LED분야에서 서울반도체가 선도적 입지를 다질 수 있도록 연구개발비용을 매출의 10% 수준으로 집행하는 기조를 유지해 왔다.

그런데 전체 매출에서 연구개발비용의 비중이 2018년 9.9%에서 2019년 8.9%, 지난해 7.2%까지 낮아졌으며 올해 3분기에는 6% 아래로 떨어졌다.

서울반도체 관계자는 “그동안의 기술투자로 LED업계의 주요 선행기술들을 대부분 확보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이에 연구개발비 비중을 조금씩 줄이고 마케팅을 확대하는 등 선행기술을 활용한 사업 확대에 집중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이 서울반도체의 선행기술을 활용해 사업을 확대하려는 분야로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가 있다.

LED헤드램프는 백열전구를 활용하는 기존 헤드램프보다 전력효율이 뛰어나다. 세계적 전기차 확대 기조와 맞물려 최근 수요가 늘고 있다.

서울반도체는 앞서 9월 헤드램프용 LED 신제품 ‘와이캅TE(WICOP TE)’를 내놨다. 이 제품에는 서울반도체의 대표적 LED 신기술 중 하나인 와이캅이 적용돼 있다.

기존에는 LED패키지를 만들 때 LED칩을 기판에 장착하기 위해 둘 사이를 연결해주는 인쇄회로기판(PCB)이 중간기판으로 활용됐다.

반면 와이캅기술은 중간기판 없이 LED칩을 기판에 직접 장착하는 기술이다. 이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 LED제품은 중간기판에 걸리는 전기적 부하가 없는 만큼 열이 덜 발생하고 열의 배출(방열)도 빠르다.

전기차의 열관리는 화재 발생 가능성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이 사장도 신기술을 적용한 헤드램프용 LED의 안전성을 앞세운 마케팅에 힘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반도체는 그동안 일반조명부문에서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사업을 진행해 왔다.

이 사장은 올해 들어 자동차 헤드램프용 LED사업을 별도의 자동차부문으로 분리했다. 이는 매출비중이 10%를 넘어서는 등 사업이 궤도에 올라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서울반도체의 3분기 잠정매출 3403억 원 가운데 12%인 410억 원이 자동차부문에서 나왔다.

서울반도체는 3분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올해 세계시장에서 판매된 완성차 7900만 대 중에 700만 대에 서울반도체의 헤드램프용 LED가 쓰였다고 밝혔다.

LED헤드램프가 모든 차량에 쓰이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반도체가 시장에서 작지 않은 영향력을 지녔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영향력은 이 사장이 신제품을 활용한 사업 확대를 추진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전자업계나 증권업계에서는 서울반도체의 또 다른 신성장동력인 TV용 미니LED의 실적 기여도 확대를 내다보는 시선도 나온다. 미니LED는 칩 크기가 100~200마이크로미터 수준인 작은 LED를 말한다.

글로벌 TV시장에서 미니LEDTV가 올레드(OLED)와 함께 LCD(액정표시장치)를 대체할 광원으로 각광받는다.

그러나 TV용 미니LED칩을 대규모로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는 서울반도체를 포함해 중국 HC세미텍과 대만 에피스타, 렉스타 등 소수 회사들 뿐이다.

이 사장은 서울반도체의 미니LED칩에 와이캅기술뿐만 아니라 빛의 확산을 위한 렌즈 없이도 여러 방향에서 빛을 볼 수 있도록 하는 ‘블랙홀’기술까지 적용한 제품을 내놓는 등 서울반도체 미니LED사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에 몰두해 왔다.

이런 노력은 서울반도체가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TV시장 선두권 회사들의 미니LED칩 조달망에 포함되는 등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TV 사업전략의 선봉으로 미니LEDTV인 네오QLEDTV를 내세우고 있다. LG전자는 프리미엄TV시장에서 올레드TV에 더 집중하고 있으나 미니LEDTV인 LGQNEDTV를 출시하는 등 미니LEDTV 역시 프리미엄TV 라인업에 세우고 있다.

고객사들의 사업전략을 고려하면 이 사장의 미니LED기술 경쟁력 강화 노력이 머지않아 서울반도체 실적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서울반도체는 내년 미니LED사업의 성장 모멘텀을 기대할 수 있다”며 “완성차업계의 생산차질 이슈가 완화된다면 헤드램프용 LED사업에서도 성과가 확대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