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 왜 호반건설 통해 동부건설 인수 추진하나  
▲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

김상열 호반건설 회장이 건설사 인수합병시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김 회장은 울트라건설 인수에 이어 건설업계 최대 매물로 꼽히는 동부건설 인수에 도전한다. 동부건설을 인수할 경우 호반건설은 사업다각화와 함께 우회상장 효과도 보게 된다.

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동부건설 매각주간사인 삼일회계법인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인수의향서가 접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어느 곳인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호반건설은 참여확인에 대해 답변을 피했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동부건설 적정가격은 2천억 원 수준이다. 동부건설 매각주간사는 6일 인수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뒤 인수적격후보를 선정한다. 오는 11일부터 29일까지 예비실사를 거쳐 다음달10일 본입찰을 실시한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파인트리자산운용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으나 최종 가격협상 과정에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결렬됐다.

동부건설은 500억 원 규모의 동부익스프레스 후순위채권을 보유하고 있는데 동부익스프레스 매각이 무산되면서 후순위 채권에 대한 가치평가가 엇갈렸던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번에 매각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동부건설이 구조조정을 하는 등 매각의지가 강하고 대형건설사가 인수후보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동부건설은 지난달 초 전체직원의 8% 수준인 70명을 명예퇴직으로 내보냈다. 인수자의 부담을 낮춰 매각작업을 수월하게 하기 위한 정지작업이다. 동부건설은 지난해에도 전체직원의 17.7%인 179명을 내보내며 인원을 크게 줄였다.

김상열 회장의 호반건설은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풍부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어 6천억 원을 제시했을 정도다. 이 때문에 인수의지만 있다면 인수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15위에 올라 27위에 그친 동부건설보다 순위가 높다. 호반건설이 보유한 아파트 브랜드 베르디움도 올해 아파트 브랜드 순위 9위에 올라 11위의 동부 센트레빌을 제쳤다.

동부건설의 센트레빌은 최근 2년 동안 주택사업을 진행하지 않으면서 10대 아파트 브랜드에서 밀려나기는 했으나 여전히 강남을 비롯해 서울과 수도권에 다수의 단지를 거느리고 있다.
 
동부건설은 올해 초 과천에서 재건축사업을 수주하며 주택사업을 재개했다. 호반건설이 인수할 경우 주택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호반건설은 지난해 1만8231가구를 신규공급해 내로라하는 대형건설사들과 견줄만한 분양실적을 올렸다. 올해도 1만 가구 이상의 분양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호반건설은 아직 서울과 수도권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다. 지난해 처음으로 광명뉴타운에서 재개발사업을 수주했고 송파구 오금택지지구 분양으로 서울에 처음 발을 들여놓았다. 이제 막 서울과 수도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동부건설 인수가 더욱 주목받는다.

호반건설은 동부건설 인수로 사업다각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호반건설은 매출의 90%를 주택사업에서 올리고 있을 정도로 사업구조 편중이 심하다.

동부건설을 인수하면 공공공사부문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매출에서 공공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87.5%로 매우 높았다. 수주잔고에서 공공공사 비중은 더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액 9249억 원 가운데 97.0%인 8968억 원이 공공공사 수주액이다.

호반건설은 이미 사업구조 다각화를 위해 울트라건설을 인수했다. 호반건설은 지난달 21일 울트라건설 인수 본계약을 맺었다. 인수금액은 약 2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울트라건설의 전신인 유원건설은 1976년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하고 1989년 국내 최초 사장교인 올림픽대교를 건설하는 등 해외사업과 토목사업 역량을 갖고 있다.

호반건설이 동부건설을 인수해서 거둘 수 있는 마지막 효과는 우회상장이다. 호반건설 계열사 가운데 상장사가 아직 없는데 상장사인 동부건설을 인수하면 증시에 처음으로 입성하게 된다. 동부건설은 지난해 주가하락으로 상장폐지 위기에 몰렸으나 감자로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