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이 해외자산 매각을 추진하면서 재무상태를 개선하는 데 힘쓰고 있다.
석유공사는 해외자원개발사업 실패로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수조 원의 이자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돼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미국 멕시코만 해상유전을 놓고 해외기업과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석유공사는 2년 전부터 미국 멕시코만 해상유전 매각을 추진해 왔으며 올해부터 협상자를 선정한 뒤 세부조건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사장은 올해 6월 석유산업 관련 전문성을 인정받고 석유공사 사장에 선임된 만큼 전문가다운 날카로운 시각으로 문제점을 도려내 석유공사를 하루속히 어려움에서 벗어나도록 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석유공사는 지난해 창사 이후 41년 만에 처음으로 부채규모가 자산규모를 넘어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캐나다 하베스트 유전사업 등 수조 원의 자금을 투입해 무리하게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나서면서 이자부담이 늘어난 데 영향을 받았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1∼2025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25년까지 5년간 약 2조 원의 이자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20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는 대규모 적자로 ‘미흡’을 뜻하는 D등급을 받았다. 2019년 C등급에서 한 단계 떨어진 것이다.
김 사장은 올해 6월 열린 취임식에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는 데 집중할 것이다”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냉철하게 점검하고 비핵심자산의 전략적 매각, 비축자산의 관리역량 강화, 정부기관과 긴밀한 협조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자산 매각을 두고 헐값매각 우려가 나오는 점은 부담이다.
김 사장은 글로벌 석유기업 쉘에서 20년 동안 근무했고 이후 SK이노베이션 기술총괄 사장, 울산과학기술원 정보바이오융합대학장 등을 지내 석유산업에 이해도가 높은 인물로 꼽힌다. 석유공사 사장으로 선임될 때 이러한 전문성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자원확보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가운데 자원 공기업의 재무악화를 막기 위한 정부의 해외자산 매각정책을 놓고 우려의 시선이 나오기도 한다.
석유공사는 2009년 콜롬비아 석유공사와 공동으로 페루 석유회사를 7억 달러(약 8300억 원)에 사들였지만 올해 이를 236만 달러(약 28억 원)에 매각해 국정감사에서 헐값매각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번에 매각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멕시코만 해상유전도 매각을 통해 회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이 투자원금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앞으로 투입해야 할 비용이 과다한 수준으로 예상되는 등 수익성이나 잠재적 매력이 낮은 비우량 해외자산을 계속 보유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오히려 원매자가 나타나고 있는 현재 시장상황에서 적절한 가격으로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승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비우량자산의 매각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은주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