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기자 hyewon@businesspost.co.kr2021-10-20 15: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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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옥 동원F&B 대표이사 사장이 육류 온라인 주문시대에 발맞춰 자회사인 동원홈푸드를 통해 물류인프라 없이도 기존 정육점을 활용해 육류를 즉시 배달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는데 사업 확장이 더디다.
20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동원홈푸드가 육류 즉시배송서비스 '미트큐딜리버리'를 8월에 선보인 뒤로 제휴 정육점을 늘려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김재옥 동원F&B 대표이사.
당초 동원홈푸드는 기존에 영업을 하고 있는 중소 정육점과 제휴를 통해 미트큐딜리버리의 유통망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제휴 정육점을 올해 안으로 100곳까지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하지만 20일 기준 30여 곳의 정육점을 확보하는 데 그친 것으로 확인됐다.
동원F&B 관계자는 “영업점 확보가 더딘 상황은 맞지만 올해 말까지 수도권지역에 100개의 정육점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제휴를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미트큐딜리버리는 고기를 주문받은 즉시 배송하는 구조로 100개 점포만 확보해도 충분히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온라인 식품시장 거래액 규모는 약 43조4천억 원으로 2019년보다 52.4% 늘었다. 거래액 규모가 2019년 20조 원을 넘은 데 이어 1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했다.
육류 소비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10년 38.8kg에서 2019년 54.6kg으로 연평균 3.87%씩 증가했다.
이에 발맞춰 육류를 온라인으로 유통하는 서비스에 뛰어드는 경쟁자도 늘고 있다.
동원홈푸드의 경쟁기업들은 다른 플랫폼이나 투자자를 등에 업고 사업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경쟁기업이 성장하고 다른 기업들도 지속적으로 등장하면서 비교적 후발주자인 미트큐딜리버리에게는 큰 위협요인이 되고 있는 셈이다.
경쟁기업들의 상황을 살펴보면 정육각은 육류를 당일 배송하는 서비스로 네이버가 재무적 투자자로 나서면서 사업 확대가 예상된다.
육그램은 선별한 육류를 정기 배송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거대 플랫폼인 네이버에서 사업을 확장해 나가기로 했다. 육그램은 또 올해 안으로 미트큐딜리버리와 유사한 ‘육류 즉시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사장은 경쟁기업보다 유통망을 더 촘촘하게 구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미트큐딜리버리는 제휴 정육점이 곧 유통망 역할을 하게 되는데 안정적 유통망 확보 여부가 배달하는 육류의 신선도를 좌우하게 된다.
동원F&B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육류가 다른 식품보다 아직까지는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되지 않은 편이다"며 "장기적으로는 온라인 판매구조가 보편적으로 자리잡게 될 것으로 예상하며 미트큐딜리버리는 경쟁기업들보다 중소상공인들과 동반성장할 수 있는 플랫폼 구조로 지속가능한 성장이 담보된 사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에서는 온라인으로 육류를 구매하는 비율이 늘었지만 아직까지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설문조사기관 오픈서베이가 18일 발표한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30대부터 50대의 연령대에서 절반 이상의 사람들은 육류를 온라인보다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더 컸다.
김 사장이 미트큐딜리버리 확대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넘어야 할 장벽들이 많다.
육류를 직접 오프라인에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정육점주들은 미트큐딜리버리와 제휴를 맺는 데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장년층이 많은 정육점주들 다수가 IT(정보통신기술)서비스에 익숙하지 않다는 장애물과 미트큐딜리버리와 제휴를 맺으면 마진이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것이다.
동원홈푸드는 정육점주들이 주문을 받는 시스템을 자동화로 개선하고 정육점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보냉팩비용을 동원홈푸드가 부담하는 등의 방안으로 제휴 영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또 소비자와 제휴 영업점을 모두 늘리기 위해 프로모션 비용도 부담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정육점주의 부담없이도 소비자들은 할인된 가격에 육류를 살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밖에 가입고객을 늘리고 재구매율을 높이기 위해 미트큐딜리버리에서 매일 쿠폰을 제공해 사실상 무료배송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런 노력으로 동수도권지역에서 최소 100개 이상 제휴 정육점을 확보한 뒤 전국적으로도 제휴 영업점을 늘려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김 사장은 축육사업을 확대하고 전문성을 키워 동원F&B를 종합식품기업으로 키운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위해 자회사인 동원홈푸드에 축육사업부문을 새로 만들어 조직을 정비하고 수입육 가공·유통기업 세중을 411억 원에 인수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세중은 11월1일부로 동원홈푸드에 인수합병된다.
김 사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2021년에도 비대면이 일상화 돼 소비패턴이 빠르게 변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기술로 대체할 수 있고 효율화할 수 있는 부분들을 찾아 적극 도입해 스스로를 끊임없이 혁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