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창고형 할인매장인 빅마켓을 되살리고 있다.

호남을 빅마켓 확대의 주요 공략지로 꼽고 있다. 경쟁기업과 직접 부딪히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전략인데 이 매장의 성과가 향후 롯데마트의 빅마켓 확장전략의 속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되살려, 강성현 무주공산 호남에서 깃발 꽂기

▲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


13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호남지역에 위치한 롯데마트 점포 3곳(목포점, 광주광산점, 전주송천점)의 영업을 9월22일부로 종료하고 점포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기존 점포의 리뉴얼에 나선 것은 매장을 현대화해 더 좋은 매장을 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2012년 출점 이후 사업 확대에 어려움을 겪다가 사실상 축소 과정을 밟던 창고형 할인매장인 빅마트로 전환하기 위한 것이다.

롯데마트는 3~4개월 안에 점포 리뉴얼을 모두 마치고 3개 매장을 빅마켓으로 새로 선보이겠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롯데마트는 이미 9월 말에 2023년까지 전국의 빅마켓 매장을 20개로 확대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롯데마트가 창고형 할인매장을 강화하는 것은 갑작스러운 전략 변화로 읽힌다. 롯데마트는 2020년만 해도 전국 5개 빅마켓 매장 가운데 3개를 폐점했다. 사실상 빅마켓 사업을 접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던 이유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코로나19로 한 번에 물건을 대량구매하는 수요가 많아진 데다 박리다매 방식으로 파는 상품의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창고형 할인매장 전략 강화로 방향을 틀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내부 검토 이후 창고형 할인매장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고 판단해 내려진 결정이다”며 “오프라인 점포의 효율화 작업과도 맥이 닿아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전국 100여 개의 매장 가운데 호남에 위치한 3개의 롯데마트 매장을 콕 찝어 빅마켓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는 바로 근처에 경쟁기업의 창고형 할인매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마트의 창고형 할인매장인 이마트트레이더스는 수도권에만 14개 매장을 두고 있다. 나머지 매장은 대전충청권 2곳, 대구 1곳, 부산 4곳 등이다. 코스트코 역시 수도권과 대전충청권, 대구, 부산 등에만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빅마켓 확대를 놓고 경쟁기업을 피하는 사실상 ‘우회전략’을 쓴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

롯데마트도 9월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새롭게 출점하는 빅마켓은 경쟁사의 창고형 할인점이 없는 호남권과 창원지역에 우선 문을 연다”며 “상대적으로 창고형 할인점의 이용경험이 적은 지역에 새로운 쇼핑체험을 제공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복안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가 우회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과거 정면승부를 선택했다가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롯데마트는 2012년 야심차게 창고형 할인매장사업에 진출하면서 빅마켓 1호점을 코스트코 매장과 불과 6km 정도 떨어진 곳에 냈다. 빅마켓 1호점 출범 당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매장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승용차가 움직이지 못해 차량에서 내려 2km가량을 도보로 이동했을 정도로 매장은 호황이었다.

신 회장이 예정과 다르게 걸어서 점포로 들어가야 했으나 표정에는 웃음이 가득했을 정도로 출범 초기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빅마켓은 오픈 이후 2주 만에 회원 수 8만 명을 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마트는 할인형 창고매장 시장에 진출한지 8년 동안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초기에는 출점 매장 목표를 6개로 제시했지만 2012년 금천점 개점 이후 2014년 킨텍스점까지 5개 매장을 끝으로 새로 매장을 내지 못했다.

빅마켓의 실패 요인으로는 여러가지가 꼽힌다.

빅마켓은 코스트코와 동일한 ‘유료형 회원제 모델’ 도입했는데 빅마켓보다 앞서 창고형 할인매장에 진출한 이마트트레이더스는 누구나 매장에서 물건을 살 수 있다 보니 고객을 매장에 불러모으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스트코가 회원제 모델로도 승승장구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빅마켓의 절대적 실패 요인이라고 보기 힘들다. 롯데마켓이 고객들에게 ‘빅마켓에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실패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코스트코는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커클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커클랜드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상품은 주스와 쿠키, 가정용품, 가정용 기기, 의류, 세제 등 거의 모든 소비자 품목을 아우르는데 가격도 싸고 품질도 좋아 많은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킬러콘텐츠로 자리잡았다.
 
롯데마트 창고형 할인매장 되살려, 강성현 무주공산 호남에서 깃발 꽂기

▲ 빅마켓 금천점.


코스트코 시가총액의 70%를 커클랜드가 담당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을 정도다.

이마트도 자체브랜드인 노브랜드 제품을 앞세워 이마트트레이더스를 안착시켰는데 여기에 더해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상품도 대거 들여와 경쟁력을 더욱 높였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앞으로 롯데마트가 빅마켓으로 성과를 내려면 과거와 달리 경쟁기업과 확실히 차별화할 수 있는 제품을 얼마나 선보이느냐가 중요하다.

빅마켓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유료형 회원제 모델을 폐지하고 비회원식으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할인형 창고매장의 사업 확장에 부정적 요인을 하나 걷어낸 만큼 앞으로는 경쟁기업 없는 무주공산인 호남에서 빅마켓의 경쟁력을 확인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롯데마트는 빅마켓 확대와 관련해 창고형 할인매장의 주요 경쟁력이 되는 상품 개발에 주요한 5가지 원칙을 수립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생필품 및 고회전상품 중심으로 빅마켓의 독자적 자체브랜드 개발 가속화와 해외소싱상품 확대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가 빅마켓 확대 전략을 통해 롯데그룹에서 3번째 성공을 이뤄낼지 주목된다.

강 대표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인 롭스의 대표를 맡아 후발주자인 롭스를 시장에 안착시켰으며 이후 한국네슬레코리아 대표로 이동해 흑자전환을 이끌어낸 이력을 지니고 있다.

롯데그룹에 합류하기 전에는 한국까르푸와 보스턴컨설팅그룹의 컨설턴트를 지냈다. 롯데그룹에 드문 외부출신 인사로 꼽힌다.[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