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글로벌모터스(GGM)가 현대자동차에서 위탁 받아 생산하는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캐스퍼’가 사전예약에서 흥행하면서 인기를 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국내 1호 상생일자리모델인데 앞으로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수출 길을 열어야 한다.
15일 현대차에 따르면 캐스퍼는 사전예약 첫날인 14일 1만8천 대 이상의 주문이 몰려 2019년 11월 출시된 6세대 그랜저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모델을 제치고 현대차 내연기관차 사전예약 첫날 최다 기록을 세웠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 사이 사전예약 흥행이 실제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6세대 그랜저 부분변경모델이 출시 이후 최근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을 빚기 전까지 현대차 판매 1위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캐스퍼를 향한 기대감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29일 캐스퍼 출시를 앞두고 28일까지 사전예약을 받는데 시장에서는 3만 대 이상의 사전예약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올해 캐스퍼 생산목표로 1만2천 대를 잡았다.
사전예약만으로 이미 올해를 넘어 내년 초까지 잠재고객을 확보한 셈인데 시장에서는 그 이후 판매를 놓고는 장담할 수 없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내 경차 승용차시장은 소형SUV시장 확대 등으로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국내 경차 승용차시장은 2010년 초반대만 해도 한 해 20만 대 이상이 팔렸으나 2014년 20만 대 아래로 내려갔고 지난해에는 2007년 이후 13년 만에 10만 대 벽이 무너졌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내년에 캐스퍼를 7만 대 생산하고 향후 생산량을 점점 늘릴 계획을 세웠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재 연간 10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향후 증설을 통해 생산량을 20만 대까지 늘릴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캐스퍼가 경차시장 회복을 이끈다 해도 국내에서 연간 10만 대 이상 수요를 창출하는 일은 쉽지 않다고 본다. 지난해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경차는 스파크인데 2만9천 대 팔리는 데 그쳤다.
이는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등 민주노총이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경차시장의 구조를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노총과 달리 끝까지 광주글로벌모터스 출범을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출 길을 열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광주시에 이은 2대주주인 현대차(19%)의 의견이 중요하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대차에 위탁받아 차량을 생산할 뿐 판매는 전적으로 현대차가 책임진다.
김용집 광주시의회의장 등 광주시의회 의원들은 최근 광주시의회에서 캐스퍼 알리기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된 차량이 수출될 수 있도록 해외 마케팅에 전력을 다해 달라”고 현대차에 촉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한 경형SUV를 인도 등 신흥국으로 수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인도는 경차 수요가 높고 선진국과 비교해 전기차 전환 흐름도 느려 현대차가 내연기관 경형SUV의 판매 확대를 충분히 노려볼 만한 시장으로 여겨진다.
캐스퍼의 완벽한 품질은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수출 길을 열기 위한 선행조건으로 꼽힌다.
▲ 왼쪽부터) 공영운 현대차 사장, 박광태 광주글로벌모터스 대표, 이용섭 광주시장,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본부의장이 15일 광주글로벌모터스 본사에서 열린 1호차 생산기념식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 |
캐스퍼가 디자인과 성능 등을 통해 사전예약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이제 양산 1호차가 나온 만큼 실제 도로에서 품질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캐스퍼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생산하는 유일한 모델인 만큼 품질문제가 생긴다면 판매 위축을 넘어 기업 이미지 타격으로 이어져 현대차의 결정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노사민정이 힘을 합쳐 만든 국내 1호 상생일자리모델이다. 현재 검토 중이거나 진행 중인 다른 상생일자리모델이 나아갈 방향을 잡아줄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이 중요하다.
상생일자리모델은 노사민정 등 지역경제 주체의 대화와 협력을 기반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는 사업으로 현재 1호인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포함해 경남 밀양, 강원 횡성, 전북 군산, 부산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캐스퍼는 내수 전용 차량으로 수출계획이 없다”며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향후 다른 차량을 생산할지, 그 차량을 수출할지 등 미래 생산, 판매 등과 관련해 결정된 것이 없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