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1-09-14 14:5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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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광주글로벌모터스(GGM)를 통해 위탁생산하는 경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캐스퍼가 국내 온라인판매 확대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그동안 노조의 반대 등에 따라 국내 온라인판매 도입에 소극적이었는데 캐스퍼가 큰 인기를 끈다면 온라인판매 확대에 힘이 실릴 수 있다.
▲ '캐스퍼 온라인' 첫 화면.<현대자동차>
다만 캐스퍼 가격이 시장 예상보다 다소 비싸게 책정된 만큼 사전 기대감이 실제 판매로 이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14일 전용 홈페이지 ‘캐스퍼 온라인’의 문을 열고 사전예약을 받으며 국내에서 처음으로 온라인 차량 판매를 시작했다.
현대차가 이날 문을 연 캐스퍼 전용 홈페이지를 보면 “사전예약과 정식계약 모두 지금 보고 있는 캐스퍼 온라인에서만 진행할 수 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현장 계약 및 구매는 불가능하다”고 못박았다.
현대차는 캐스퍼를 온라인으로만 판매하는 만큼 캐스퍼를 직접 볼 수 있는 전용 전시관(구매 불가), 365일 전화 상담을 지원하는 전용 고객센터, 온라인 방송채널, 메타버스 게임 로블로스 전용 스튜디오 등 오프라인 매장의 여러 대안을 마련했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빠르게 온라인판매를 늘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 역시 미국, 인도 등 해외에서는 전용 시스템을 갖추고 온라인판매를 진행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노조 반대 등에 부딪혀 온라인판매 흐름에 동참하지 못했다.
온라인판매는 판매사원의 일자리 문제가 직결되는 만큼 노조는 사측의 온라인판매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캐스퍼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통해 위탁생산하는 점이 온라인판매 시도까지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광주글로벌모터스는 현대차와 광주시, 노동계가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 제1호 상생형 일자리기업이다.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첫 차인 캐스퍼의 성공이 중요한데 온라인판매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져 가격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캐스퍼 흥행은 앞으로 국내 온라인판매 전략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현대차에 중요할 수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캐스퍼를 통해 차량의 온라인구매를 직접 경험하고 편리하다고 느끼면 현대차가 국내에서 온라인판매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데 긍정적 여론이 형성될 수 있다.
현대차는 영업사원에게 지급되는 판매 인센티브 등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수익성 측면에서 온라인판매 활성화를 꺼릴 이유가 없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먼저 캐스퍼 흥행이 중요한데 기존 예상보다 비싼 가격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스퍼는 판매가격이 1385만 원부터 시작한다. 시장이 애초 예상했던 1천만 원 이하 혹은 1천만 원 초반보다 200만~400만 원가량 비싸다.
캐스퍼는 현대차가 2002년 아토스 단종 이후 19년 만에 내놓는 경차인데 시작 가격이 다른 경차인 한국GM 스파크(977만 원), 기아 모닝(1175만 원), 기아 레이(1275만 원)와 비교해도 비싸게 책정됐다.
▲ 현대차는 29일 캐스퍼를 공식 출시한다.<현대자동차>
캐스퍼는 중간 트림인 모던(1590만 원)을 선택한 뒤 옵션으로 8인치 내비게이션을 포함한 ‘멀티미디어 내비플러스(143만 원)’, 1.0터보엔진으로 바꿔주는 ‘캐스퍼액티브(95만 원)’, 스마트크루즈컨트롤을 지원하는 ‘현대스마트센스(70만 원)’, 1열 시트를 접을 수 있는 ‘컴포트(40만 원)’ 등만 넣어도 금새 2천만 원에 육박한다.
최고급 트림 인스퍼레이션(1870만 원)에 옵션을 다 넣으면 2천만 원을 넘어가는데 이는 소형SUV나 준중형세단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가격대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