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다른 증권사들과 달리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추면서 개인투자자 확대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췄는데 신용거래 수요는 늘어나고 있어 이자수익 증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8일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에게 투자자금을 빌려줄 수 있는 한도인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신용공여 한도가 얼마나 남아있는지는 밝힐 수 없지만 리테일 규모가 큰 다른 증권사들과는 달리 신용공여 수준은 아직 여유가 있는 편이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1일부터 투자자들에게 주식 매수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0.08%포인트 내렸다.
일주일 이하의 단기거래부터 90일이 넘는 장기거래까지 모두 기존보다 0.08%포인트 낮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합산해 신용융자 이자율을 정하는데 기준금리 인상폭보다 가산금리가 낮아지면서 전체 이자율이 낮아졌다"며 "자금조달이 안정화되면서 이자율을 낮출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의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은 시장금리를 반영한 기준금리에 증권사 사정에 따른 가산금리를 더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메리츠증권은 민간 신용평가사의 A1등급 기업어음(CP) 1년물 일평균 금리를 기준금리로 삼는다. 기업어음 1년물 하루평균금리가 1.04%에서 1.07%로 0.03%포인트 올랐음에도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낮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내렸다.
이에 반해 다른 증권사들은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동결하거나 인상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화투자증권과 신영증권은 기준금리 인상폭을 반영하면서도 가산금리를 낮춰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8월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했다.
NH투자증권은 신용거래융자와 기능이 비슷한 증권담보대출의 이자율을 금리를 27일부터 기존 6.3~9.1%에서 0.2%포인트 올리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증권사들 역시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8일 내놓은 '9월 금융시장 브리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경기 개선, 물가 상승, 주택시장과 연계된 금융불균형 우려를 고려해 11월25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증권이 신용거래융자 이자율을 낮추면서 메리츠증권을 통해 신용대출을 하려는 개인투자자 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되면서 담보대출 서비스를 중단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한정된다.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대형증권사(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된다. 그마저도 100%는 기업금융업무 관련 신용공여로 한정된다.
앞서 한국투자증권은 8월23일, NH투자증권은 8월12일부터 신용공여 한도가 소진돼 담보대출서비스를 중단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높였음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융자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도 메리츠증권의 개인투자자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지난해 5월 역대 최저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내린 뒤 1년3개월 만인 올해 8월 기준금리를 기존 연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렸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신용거래융자를 확대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25조3105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발표한 8월26일 24조4574억 원으로 집계됐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2021년 상반기 신용공여 이자수익 282억3400여만 원을 냈다. 2020년 상반기 128억7600만 원에 비해 119.28% 늘어나 증권사 가운데 신용공여 이자수익 증가율 1위를 차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진선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