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허 카젬 한국GM 대표이사 사장이 9월 이후 내수판매를 늘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국내 생산차질로 빚어진 수출 감소분을 일정 부분 벌충할 수 있을까?
한국GM이 미국 GM에서 수입하는 레저용 차량이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런 만큼 첫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볼트EUV 국내 출시가 가시화하면 한국GM도 내수판매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이 나온다.
6일 한국GM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세계적 차량용 반도체 부족현상에도 현재 콜로라도나 트래버스 등 미국 GM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레저용 차량의 물량 확보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수출차량을 생산하는 부평 1공장이 차량용 반도체 부족으로 9월부터 다시 50%만 가동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수입차 물량 확보는 형편이 나은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GM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조달문제로 9월 부평 1공장의 가동을 절반만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콜로라도나 트래버스 등 미국 GM에서 수입해 판매하는 물량 확보에는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로 올해 이미 여러 차례 부평 공장 가동을 줄였는데 다시 생산이 줄어들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에 따라 부진한 한국GM 수출이 더욱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한국GM은 14만7823대를 수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줄었다.
한국GM의 수출을 살펴보면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등 레저용으로 분류되는 SUV 물량이 9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다.
카젬 사장은 2017년 대표이사를 맡았는데 그 뒤에도 한국GM 국내 판매물량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여기에 올해 수출 부진까지 더해져 카젬 사장으로선 수익성이 좋고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원활한 레저용 수입차를 앞세워 수출보다 더 부진한 내수판매부터 돌파구를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한국GM은 1월부터 8월까지 내수에서 자동차를 4만2791대 판매했다. 2020년 같은 기간보다 20.7% 감소했다.
물론 미국 GM 본사에서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 차질 문제로 공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한국 GM 수입차 판매물량 확보에는 지장이 없어 이 부분을 내수판매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카젬 사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영업이익을 내지 못한 한국GM의 경영 정상화 전략의 일환으로 내수판매에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국내공장 생산물량 판매뿐 아니라 쉐보레의 레저용 차량을 수입해 판매해 한국GM의 수익성을 보강하겠다는 취지다.
차량 수입을 위해 제반 비용이 투입되지만 상대적으로 수입해 판매하면 안정적 마진뿐 아니라 차량 정비 등의 매출도 발생할 수 있어 한국GM의 수익성 강화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한국GM의 레저용 수입차가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 조짐도 나타난다. 8월 국내 수입차 판매에서 한국GM이 수입하는 콜로라도가 661대 팔려 차종별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올랐다.
카젬 사장은 수입차 국내판매 확대를 위해 최근 내수판매 조직 정비도 단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GM은 9월1일자로 한국GM의 국내영업본부장에 정정윤 한국GM 마케팅본부장 전무를 국내영업본부장으로 발탁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인사를 실시했다.
정 전무는 한국GM에서 손꼽히는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 받는다. 이런 정 전무를 국내 영업본부장으로 세워 수입차로 내수판매에 돌파구를 만들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여기에 볼트EUV의 출시 일정이 최대한 빨리 정상화된다면 내수판매 확대에 보탬이 될 수 있다. 한국GM은 애초 볼트EUV를 9월 국내 출시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미국 GM의 전기차 볼트EV 리콜로 볼트EUV 국내 출시도 다소 미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있지만 한국GM이 볼트EUV 물량을 얼마나 빠르게, 많이 배정받느냐에 따라 내수판매에 힘을 받을 수 있다.
한국GM은 8월 내수에서 한 달 동안 자동차를 4745대 팔았는데 볼트EUV 사전계약에서만 3천여 대가 넘는 계약물량을 확보했다.
한국GM이 사전계약 이상의 물량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내수판매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문제가 장기화 된다면 수입차를 앞세워 내수판매를 확대하는 일 역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나온다.
현재 GM 북미지역 공장에서 감산이 이어지고 있는데 이런 현상이 장기화하면 결국 국내 수입물량 확보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