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IPO)를 다시 추진하고 있는데 상징 일정이 미뤄진 점이 기업공개 흥행에 오히려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페이가 자체적으로 기업가치 할인율을 높여 투자매력을 높인 데 더해 외부적으로 기관투자자 투자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페이 상장 미뤄져 오히려 '약', 공모에 기관 수요 몰릴 가능성

▲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이사.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부터 기존 공모주 대어들의 기관투자자 보유물량이 시장에 풀린다.

카카오뱅크는 6일 314만1600주, 크래프톤은 10일 96만6400주, SK바이오사이언스는 18일 394만8100주 등의 의무보유 확약기간이 해제된다. 

의무보유 확약은 기관투자자들이 기업공개 과정에서 받은 공모주 가운데 일부를 15일, 1개월, 3개월, 6개월 등 일정기간 의무적으로 보유하겠다는 약속이다.

의무보유 확약기간에는 주식거래가 불가능하지만 약속기간이 끝나면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해진다. 

의무보유 확약기간이 지난 기관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공모주를 팔고 카카오페이에 투자할 지는 미지수지만 카카오페이가 10월 중순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만큼 기관투자자를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것만은 확실하다.

하반기 기업공개시장에 경쟁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어 카카오페이 투자매력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예상 공모액 10조 원으로 하반기 기업공개시장에서 최대어로 평가됐는데 제너럴모터스의 전기차 볼트 리콜로 연내 상장이 불확실해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3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을 마쳤다.  

카카오페이가 기업공개를 준비했던 8월 초보다 기업공개 환경이 더 좋아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카카오페이는 8월12일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다. 카카오뱅크 상장일(8월5일)과 불과 1주일 차이였다.

카카오페이와 카카오뱅크는 전자금융업, 인터넷전문은행업으로 업종은 다르지만 금융플랫폼 성장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투자수요를 분산시킬 가능성이 컸다.   

이 밖에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도 8월에 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등 경쟁이 더 심했다.

카카오페이가 금감원으로부터 중권신고서 정정을 요구받으며 상장시기를 10월로 미루면서 흥행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 셈이다.  

앞서 상장한 카카오뱅크가 금융플랫폼에 관한 시장의 투자 수요를 확인시켜준 점도 카카오페이 상장 흥행을 점쳐볼 수 있는 이유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전부터 고평가 논란에 휩싸였었다. 규제산업인 은행업이 지닌 한계가 명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은행이 아닌 플랫폼기업으로서 성장 가능성에 더 주목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인 6일 공모가(3만9천 원)보다 78.9% 높은 6만9800원에 장을 마쳤고 한 달이 지난 이날 7만77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카카오페이는 간편결제, 송금에 더해 보험, 증권 등으로 금융사업 영역을 확대하고 있어 카카오뱅크보다 금융 플랫폼기업에 더 적합하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로 카카오페이의 플랫폼 거래액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거래액은 47조3천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2% 증가했다. 

카카오페이는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도 금융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는 데 사용한다.

카카오페이의 이번 공모 희망가는 6만 원에서 9만 원으로 8월 기업공개보다 5%가량 할인됐다. 9월29일에서 9월30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가 확정된다.

공모 희망 최저가인 6만 원으로 추산하면 순조달금액은 1조104억 원에 이른다.

카카오페이는 오프라인 결제 인프라 확충, 소액여신 서비스 출시 등 운영자금으로 4484억 원을 사용하고 카카오페이증권 자본 확충, 디지털손해보험사 자본확충, 이커머스 파트너십 구축 및 지분투자, 유망 핀테크 인수합병 등 타법인 취득에 5620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