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과업계에서는 벌써 수년째 ‘제2허니버터칩’이라고 부를 만한 히트상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오리온, 롯데제과, 크라운제과, 해태제과식품 등 국내 제과기업들이 기존 인기 제품에만 의존하면서 혁신제품 연구개발에 투자를 소홀히 하기 때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제2허니버터칩 왜 안 나올까, 유아동 줄어 혁신보다 안전한 길 선택

▲ 해태제과식품 허니버터칩.


29일 제과업계에 따르면 국내 제과기업들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기보다는 기존 인기 브랜드 제품의 맛을 바꾸거나 향상하는 방식으로 신제품을 내놓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예를 들어 롯데제과의 ‘빼빼로’에서 초콜릿부분을 크런키 초콜릿으로 바꾸고 ‘빼빼로 크런키’로 출시하는 것이다.
 
이러면 인기 브랜드 제품이 이미 높은 인지도를 확보해 두고 있기 때문에 홍보에 유리하다. 또 회사로서는 비슷한 개발 과정을 이미 한 차례 거친 만큼 신제품과 비교해 개발 부담이 적다는 장점도 있다. 

최근 국내 제과기업들이 내놓은 신제품들만 놓고 봐도 기존 브랜드 제품을 살짝 비틀었을 뿐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라고 보기 어렵다.

오리온이 7월 내놓은 ‘꿀버터 오!구마’는 인기제품 ‘오!감자’의 자매품이다. ‘꿀버터 오!구마’는 출시되고 6주 만에 100만 봉지 넘게 팔린 것으로 집계됐다.

크라운제과가 7월 말에 내놓은 ‘C콘칩 핫멕시칸 할라피뇨맛’은 한 달 만에 매출이 10억 원을 넘으면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식품시장에서 신제품은 월 판매량이 10억 원만 넘겨도 히트상품으로 꼽힌다. 

크라운제과는 이미 ‘C콘칲 군옥수수맛’으로 한 달에 20억 넘는 매출을 내고 있는데 혁신제품 연구개발에 돈을 쓰기보다는 새로운 맛을 추가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오리온 매출에서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0.86%에서 2020년 0.84%로 0.02%포인트 낮아졌다. 크라운제과는 2019년과 2020년에 매출의 0.6%만 연구개발비로 썼다. 

하지만 기존 브랜드를 변형한 제품들은 초반에는 친숙한 덕분에 인기를 끌더라도 기존 제품의 틀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만큼 히트상품으로 성장하는 일은 좀처럼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해태제과식품은 과거 허니버터칩의 인기 비결을 두고 철저한 사전분석과 기존 감자칩의 고정관념을 과감히 깨뜨린 차별화한 맛에 있다고 봤다.

기존에 판매되고 있던 감자칩은 짭짤한 한 가지 맛만 부각됐던 반면 허니버터칩은 짭짤함과 달콤함, 고소한 맛 등이 한데 어우러졌던 점이 달랐다는 것이다.

2020년 과자 매출순위를 보면 2000년대 이후 출시된 제품은 허니버터칩이 유일하다. 1위가 롯데제과 ‘꼬깔콘’이고 2위가 해태제과식품의 ‘홈런볼’, 3위가 농심 ‘새우깡’이다. 꼬깔콘과 홈런볼은 1980년대에, 새우깡은 1970년대에 처음 나왔다.

다만 제과기업도 할 말은 있다. 제과기업들은 점차 혁신제품 개발에 투자하기가 점차 부담스러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제과사업은 출산율 감소에 따라 유·아동이 줄어들면서 정체돼 있다. 비록 해외사업을 확대해 성장세를 이어간다고 해도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결국 새 먹거리를 찾아 사업영역을 다각화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식품업계에 나온다. 

오리온은 이미 제과회사에서 종합식품회사로 거듭난다는 목표를 세우고 간편대용식, 건강기능식, 제약바이오사업 등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