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이 현대HCN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들고 인수합병 대상을 물색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사업을 시작한 화장품부문을 키울 수 있는 기업이나 온라인, 물류부문을 강화하는 데 필요한 기업의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5일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현대홈쇼핑의 자회사 현대HCN 매각이 사실상 마무리단계에 들어가면서 올해 하반기부터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인수합병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20년 7월 KT스카이라이프를 현대HCN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는데 24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건부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매각이 완료되면 현대백화점그룹은 매각대금 5201억 원 가운데 이미 받은 계약금 10%를 제외한 4580억 원을 받게 된다.
정지선 회장은 올해 초 2030년 매출 4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며 공격적 사업 확장의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 3월 현대이지웰(옛 이지웰)을 1250억 원에 인수한 뒤 인수합병시장에서 조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경쟁자인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이 기존 유통사업의 성장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활발히 인수합병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하반기부터는 현금성자산이 풍부한 현대홈쇼핑을 중심으로 인수합병 매물을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홈쇼핑은 현대HCN 매각으로 4580억 원을 확보하는 한편 자회사 현대L&C의 상장을 통해 추가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대홈쇼핑은 사업구조상 현금성 자산이 지속적으로 쌓이는 만큼 인수합병 여력은 충분하다.
정 회장이 최근 가장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화장품사업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7일 패션 계열사 한섬을 통해 럭셔리 스킨케어 브랜드 '오에라'를 출시하며 화장품사업에 뛰어든다. 올해는 로션, 스킨, 세럼, 크림 등 스킨케어 라인을 선보이고 2022년에는 메이크업, 향수, 바디&헤어 케어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회장은 화장품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인수합병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장품사업은 진입장벽이 낮고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인수합병 전략이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분야로 꼽힌다. 빠른 유행을 선도하는 중소 화장품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새로운 아이디어와 제품을 확보할 수 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해 현대바이오랜드(옛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한 것은 화장품을 향후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며 “기존 의류 중심의 백화점사업에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려는 노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경쟁력이나 물류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오프라인에 비해 온라인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섬의 온라인몰 ‘한섬닷컴’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대백화점의 온라인몰 ‘더현대닷컴’은 아직 경쟁사의 온라인 플랫폼과 비교해 존재감이 부족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계열사별로 전문몰 중심으로 이커머스사업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런 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매물을 찾을 수 있다.
물류회사 인수를 다시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유통업계에서 온라인쇼핑 비중이 높아지면서 물류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2015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직전까지 갔지만 가격 등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해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 인수합병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그룹의 성장전략과 부합하는 분야에 관해서는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다”며 “기존 주력사업에서도 경영환경의 변화를 고려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