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가 배터리 화재 우려에 따라 7월에 이어 8월 전기자동차 쉐보레 볼트EV의 추가 리콜 결정을 내린 일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LG에너지솔루션은 한국거래소에 코스피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했는데 승인이 난 뒤 증권신고서 제출, 수요예측, 공모청약 등을 거쳐 10월 말 쯤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상장을 두 달가량 앞두고 GM의 볼트EV 추가 리콜 결정이 나온 탓에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서 화재가 계속된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고 실적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GM은 20일 볼트EV에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놓고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볼트EV 7만3천 대를 리콜하기로 결정했다.
GM과 배터리셀을 제조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을 모듈화한 LG전자는 공동으로 이번 리콜 결정을 내리게 된 원인을 규명해 나갈 것으로 파악됐다. 리콜 금액은 10억 달러(1조1700억 원) 규모로 추산된다.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이번 GM의 리콜 조치의 직접적 원인이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셀의 품질문제로 확정할 수는 없다.
다만 현대자동차 등 완성차업체의 이전 배터리 리콜사례에 비춰보면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비용부담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김 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을 앞두고 있어 리콜 책임소재를 신속하게 규명하고 만약 비용이 발생한다면 빠르게 처리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7월 GM이 볼트EV 배터리모듈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결정함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은 10일 충당금 910억 원을 설정해 2분기 실적에 소급해 반영했다. LG전자도 같은 날 충당금 2346억 원을 설정해 2분기 실적을 정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가 7월 GM의 전체 리콜비용(9천억 원)의 35%가량인 3256억 원을 부담하게 된 것이다.
배터리모듈에 결함이 발생한 것으로 규명됐기 때문에 배터리셀을 모듈화한 LG전자가 더 많은 충당금을 설정했지만 LG에너지솔루션도 일부 배상책임을 졌다.
GM이 이번 8월 추가 리콜비용으로 10억 달러를 책정했기 때문에 7월 리콜 사례에 대입해 고려해보면 LG에너지솔루션은 1100억 원가량을 배상하게 될 수 있다.
김 사장은 배터리 생산능력을 올해 150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430GWh까지 늘린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자본시장에서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 이익체력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리콜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는 LG에너지솔루션을 향한 시장의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과거에도 자사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의 리콜과 관련해 지속해서 충당금을 설정해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상반기 발생한 현대자동차 전기차 코나EV 리콜비용 5700억 원가량과 에너지저장장치 리콜비용 4천억 원을 각각 지난해 4분기와 올해 2분기 실적에 반영했다.
김종현 사장은 단기적으로 상장 흥행에 필요한 기업가치 지키기 외에 장기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가 안전하다는 점을 입증해 시장 신뢰를 높여야 할 상황에 놓인 셈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배터리1위 기업이라는 목표 아래 중국 CATL과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1위를 다투고 있다.
탄소중립 흐름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차에서 친환경차로 전환이 빨라지면서 배터리시장은 가파른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배터리기업 사이 경쟁이 심화하고 완성차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화재와 관련한 품질논란이 이어져 시장의 신뢰가 점차 낮아진다면 경쟁이 치열해지는 배터리시장에서 세계 1위라는 목표달성을 다가서기가 점차 힘들어질 수 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배터리 화재 리스크가 재부각됐다는 점을 보아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사업의 시장 신뢰도는 낮아질 것으로 분석된다”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 제품의 화재가 배터리에 기인하지 않았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와야 시장이 오해도 불식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사장도 앞서 5월 에너지저장장치 배터리 리콜을 결정하면서 “안전과 품질을 모든 의사결정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것이다”며 “품질혁신 활동을 통해 어떠한 위험에도 견딜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배터리를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안전을 강조한 만큼 앞으로 품질 개선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30년까지 10년 동안 연구개발(R&D)분야에만 9조7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한 점을 고려하면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개발에도 많은 부분을 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GM의 추가 리콜 결정이 LG에너지솔루션 본래 가치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을 개선할 여지가 크고 180조 원에 이르는 수주잔고 물량을 바탕으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시장 선도업체로서 안전 등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경험하고 있다”며 “향후 안전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개발을 통해 리스크를 줄여나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최근 리콜 이슈를 지나치게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이안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장 2022년부터 배터리공급은 부족한 상황이라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가치가 훼손될 이유는 없다”며 “LG에너지솔루션 기업가치 하락을 예상하려면 LG에너지솔루션 수주물량의 많은 부분이 다른 경쟁사로 넘어가는 극단적 시나리오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GM의 추가 리콜과 관련한 원인, 비용부담 규모나 비율 등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다만 앞으로도 좋은 품질의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