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에서 여성 육아휴직자가 큰 폭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수한 육아휴직제도가 마련돼 있지만 이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현장의 여건과 인식 수준을 더욱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 여성 육아휴직자 대폭 줄어, 제도는 우수한데 활용은 글쎄

▲ 하나은행 을지로 본점.


16일 은행업계에 따르면 집계방식에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2020년 4대 시중은행 모두 여성 육아휴직자가 전년 대비 감소추세를 보였다.

하나은행은 2020년 육아·출산휴가를 사용한 여직원은 모두 653명으로 2019년 781명보다 16.4% 감소했다.

KB국민은행이 1112명에서 987명, 신한은행이 854명에서 741명, 우리은행이 464명에서 439명으로 줄었다.

하나은행은 2018년 1076명의 여직원이 육아·출산휴가를 사용했는데 감소세가 컸다. 4대은행 중 유일한 네 자릿수로 KB국민은행(604명), 신한은행(842명) 등 육아휴직자보다 많았는데 2년 만에 추월을 허용했다.

남직원 육아휴직은 은행별로 차이가 났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42명에서 2020년 105명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1명에서 34명으로 증가했고 하나은행은 2018년 10명에서 13명으로 소폭 증가했다. 우리은행만 2018명 14명에서 2020명 10명으로 조금 줄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육아휴직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며 “육아휴직 감소는 전반적으로 출산율 자체가 줄어든데다 대상 연령대 직원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일반 기업과 비교해 육아휴직 제도가 비교적 잘 갖춰져 있다. 법적으로 보장된 육아휴직기간은 1년이지만 4대 시중은행 모두 2년까지 육아휴직을 보장한다.

이 외에 은행들은 출산전후휴가, 난임휴가, 가족돌봄휴가, 태아검진휴가, 불임휴가 등 다양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제도나 휴직 후 복귀 프로그램 등도 마련돼 있다.

하지만 제도에 비해 실제 활용이 떨어지고 있어 육아휴직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최근 블라인드 게시물과 댓글 등을 보면 은행권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했을 때 승진이 늦어지는 걸 우려하는 모습이 적지 않다. 한 시중은행 직원은 상사가 육아휴직으로 승진이 밀리면 답이 없다고 했다며 “차마 부정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여성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여성인재 육성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6월 그룹 차원에서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여성리더를 키워내기 위해 인재육성 프로그램 ‘하나웨이브스’를 출범하는 등 여성인력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도 같은 달 여성 리더 양성프로그램 우리윙(WING) 1기 발대식을 열었다. 신한은행은 2018년부터 신한쉬어로즈(SHeroes), KB국민은행은 2020년부터 위스타(WE STAR) 멘토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중요지표인 여성 육아휴직자 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이러한 노력들이 충분히 평가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육아휴직을 고려하고 있는 한 시중은행의 직원은 “주변 동료들 사례를 보면 육아휴직을 하기까지 경력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정말 많은 고민을 한다”며 “조금이라도 맘 편히 육아휴직을 결정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 응원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