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을 아시아 1위의 금융투자회사로 키워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골드만삭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2007년 내놓은 자서전을 통해 밝힌 포부다. 
 
[오늘Who] 미래에셋증권 자기자본 10조, 박현주 해외사업 아직 갈증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초로 자기자본 10조 원을 넘기며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지만 박 회장의 ‘한국의 골드만삭스’라는 꿈을 이루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10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으로 해외법인 13곳과 해외사무소 3곳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국가는 미국, 영국, 브라질, 중국, 홍콩,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베트남, 몽골, 인도 등 10곳이다.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은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으며 해외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는 곳으로 꼽힌다.

최근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해외법인 신용공여 제한이 완화된 데 따라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에 대규모 자금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박 회장으로서는 더욱 활발하게 해외투자를 추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금융위원회는 6월30일 증권사의 해외법인 신용공여 한도를 자기자본의 최대 40%까지로 정하고 법인 1곳에는 10%로 제한하는 내용의 개정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시행했다. 기존 자본시장법은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증권사가 해외법인에 신용공여를 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다.

개정 시행령이 시행됨에 따라 국내 본사의 자금을 해외법인에 대출해주는 것이 가능해진 것인데 해외법인의 자금력이 풍부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해외법인은 본사의 자금지원에 힘입어 전보다 더 다양한 투자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해외법인의 수익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4343억 원, 순이익 3565억 원을 거두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법인의 2분기 세전 순이익이 1천억 원을 돌파한 덕분에 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은 해외 호텔이나 물류센터, 상업용 빌딩 등에 꾸준히 투자하며 해외사업을 키워왔다. 해외법인의 자금력을 키울 수 있게 된 만큼 대규모 투자를 따내는 등 해외법인의 실적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현주 회장이 바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금융회사(IB)에 가까워지는 셈이다.

박 회장은 일본 노무라증권을 넘어 아시아 1등 증권사로 발돋움한 뒤 글로벌 경쟁력 키우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하지만 자본규모만 놓고 보면 노무라증권은 약 30조 원, 골드만삭스는 100조 원인데 미래에셋증권은 10조 원으로 아직 한참 미치지 못한다.

다만 그동안 미래에셋증권이 보여준 성장세를 놓고 보면 글로벌 투자금융회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포부가 결코 불가능한 계획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은 1999년 12월 자본금 500억 원으로 설립됐는데 약 20년 만에 10조 원의 자기자본을 지닌 증권사로 성장했다. 자본 규모만 놓고 보면 200배 커진 것이다. 

2016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이 합병했을 때 자본규모는 6조 원대였는데 5년 만에 10조 원대로 올라섰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우량자산 투자를 확대함으로써 투자자산에서 창출되는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