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가 올레드(OLED)패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올해 실적을 이끌어온 TV용 LCD(액정표시장치)패널 가격이 하반기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LG디스플레이는 이에 대비해 올레드패널 생산라인 증설로 영업흑자 추세를 내년 이후에도 이어가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8일 LG디스플레이에 따르면 플라스틱올레드(POLED) 생산라인 증설이 검토되고 있다. 플라스틱올레드는 노트북, 태블릿, 모니터 등 정보기술(IT)기기의 패널에 주로 쓰이는 디스플레이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플라스틱올레드와 관련해 시장 흐름을 여러 방향에서 들여다보면서 증설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LG디스플레이의 플라스틱올레드 증설이 머지않은 시점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애플이 하반기 안에 새 주력상품 스마트폰인 아이폰13을 출시하는데 이 상품에 플라스틱올레드패널이 쓰인다"며 "LG디스플레이가 이에 맞춰 플라스틱올레드패널을 본격적으로 공급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정보통신기기의 올레드패널 탑재비율이 증가하면서 올레드시장이 새로운 성장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 LG디스플레이가 이와 관련해 설비투자를 진행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가 올해 올레드패널 생산량 확대에 힘을 싣고 있다는 점도 플라스틱올레드 증설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대형 올레드패널 제품군인 화이트올레드(WOLED)는 이미 생산라인 증설이 추진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3분기 중국 광저우에 위치한 대형 올레드패널 생산라인을 증설해 생산량을 기존보다 50% 확대하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화이트올레드 출하 목표치를 TV용 패널 기준 800만 대로 잡았다. 증설이 끝나면 패널 생산량이 기존 목표치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TV용 LCD패널 생산능력(Capacity)을 점차 줄이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는 "과거 최대 생산능력의 50% 수준까지 줄인 상태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가 이처럼 올레드패널 비중 확대에 힘을 쏟는 이유는 TV용 LCD패널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 디스플레이공급망컨설턴트가 8월2일 발표한 2020년부터 2021년 사이 TV용 LCD 패널 가격 추이와 전망. < DSCC > |
시장 조사기관 디스플레이공급망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LCD패널 가격이 2020년 5월부터 상승해 2021년 7월에 월별 기준 최고점을 찍었다.
디스플레이공급망컨설턴트는 TV용 LCD패널 가격이 7월 정점을 보인 뒤 하락세로 돌아설 것이라 내다봤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확대로 사람들의 야외활동 빈도가 늘어나고 TV수요는 줄어들어 TV용 LCD패널 가격 상승세가 주춤할 것으로 예상됐다.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2분기 연결기준으로 LCD패널사업에서 영업이익 8440억 원, 올레드사업에서 영업손실 1430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올해 들어 상반기까지 LCD사업은 영업이익 1조4980억 원, 올레드사업은 영업손실 2740억 원을 거뒀다.
시장에서는 LCD패널 가격이 하락하면 LG디스플레이 실적에 악영향을 주겠지만 대신 올레드패널 증설을 통해 올레드패널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김양재 KT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플라스틱올레드는 본격적 성장가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LG디스플레이는 효율적 증설과 운영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올레드사업에서 3분기 영업이익 540억 원을 낸 뒤 영업흑자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사업에서도 수익성 하락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
앞서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TV용 LCD패널 생산라인을 노트북 태블릿PC 등 정보기술기기용 LCD패널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면서 시장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TV용 LCD패널 가격이 하락해도 LG디스플레이만 양산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와 수익성이 담보된 LCD패널 위주로 시장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아직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 의존도가 높다. LCD패널 정보통신기기용으로 생산라인 전환은 올레드패널의 생산량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할 때까지 실적을 보전해 줄 안전장치인 셈이다.
LG디스플레이는 2019년까지만 해도 영업손실이 1조3593억 원에 이르렀다. 그러나 2020년에는 영업손실을 290억 원까지 줄였다.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 가격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전체 영업손실을 줄였고 올해 상반기에는 대규모 영업이익을 냈다.
다만 LG디스플레이는 LCD패널 가격 하락을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올레드패널 공급량을 늘려 규모의 경제구조를 실현하려는 사업구조 개편은 LCD패널 의존도를 낮추면서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인 셈이다.
김양재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는 2021년 하반기부터 올레드 매출비중이 40%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며 “다시 LCD패널 침체기가 온다해도 단단한 영업이익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바라봤다.
주요 증권사의 전망치를 살펴보면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조 원대 중후반의 영업이익을 내며 연간 기준 흑자전환한 뒤 내년과 2023년에도 영업이익 2조 원대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구광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