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헬릭스미스 각자대표이사가 소액주주들과 치열한 경영권 싸움 끝에 경영권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경영권을 놓고 벼랑 끝까지 몰렸고 15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가 추천한 사내이사 후보 2명이 사내이사진에 합류하게 돼 김 대표는 투명한 경영체제 자리매김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a href='https://m.businesspost.co.kr/BP?command=mobile_view&num=258868'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 data-attr='MO_Article^EditorChoice^김선영'>김선영</a> 헬릭스미스 각자대표이사.

김선영 헬릭스미스 각자대표이사.


헬릭스미스의 임시 주총에서 캐스팅보트로 작용했던 외국인투자자의 지분 6%가 아니었다면 김 대표를 포함한 현재 경영진은 물러나야 할 수도 있었다.

임시 주총을 앞둔 2일 글로벌 의결권 자문회사인 글래스루이스가 헬릭스미스 현재 이사진의 해임안건에 반대의견을 낼 것을 투자자들에게 권고했는데 외국인투자자의 결정에 영향을 줬을 수도 있다.

소액주주 비대위가 모은 지분은 43.43%, 회사 측이 모은 지분은 21.7%로 큰 차이를 보였지만 외국인투자자의 존재로 김 대표는 상법상의 특별결의요건에 따른 해임결의를 피할 수 있었다.

상법 제385조와 제434조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해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한 주주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다.

이밖에 이번 임시 주총에서는 이사 보수한도 승인에 관한 안건은 부결됐고 비대위가 신청한 헬릭스미스 임원이 임기 중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으로 실직하면 통상적 퇴직금 이외에 500억 원 한도에서 퇴직 보상액을 지급해야 한다는 정관조항을 삭제하는 안건은 가결됐다.

김 대표로서는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셈인데 이제 유전자치료제 엔젠시스의 개발성과를 내놓는 것은 물론 소액주주들이 요구해 온 적극적 소통과 투명한 경영을 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김 대표는 그의 역량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신약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전문경영인체제를 서둘러 확립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년 동안 유상증자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유상증자를 하지 않으면 관리종목대상에 지정될 수 있을 정도로 재무관리에 소홀했고, 신약 연구개발에 활용하라며 주주들이 모아준 유상증자대금을 사모펀드에 투자해 대규모 손실을 보는 등 경영실책을 다시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문경영인의 존재가 필요해 보인다.

임시 주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부 소액주주들은 직접 발로 뛰어 전국 각지에 있는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을 받아 43.43%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은 현재 이사진의 전원 해임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김 대표를 견제할 내부세력을 이사진에 올려놓는 나름의 성과를 냈다.

주주들이 추천한 이사후보 가운데 최동규 전 특허청장과 김훈식 전 대상홀딩스 대표이사가 3년 임기의 헬릭스미스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이번 임시주총 결과로 김 대표에게는 엔젠시스 개발의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졌고 소액주주들에게는 주주의 뜻을 반영하고 김 대표를 언제든 견제할 수 있는 카드를 확보한 셈이다.

헬릭스미스 비상대책위원회 고문 역할을 맡았던 배진한 변호사는 주주카페에 올린 글에서 이제 그의 역할을 그만 내려놓겠다는 뜻을 밝히며 회사 측에 주주와 상생의 길을 도모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유승신 각자대표이사는 14일 임시주총장에 틈틈이 얼굴을 비췄고 15일 오전 1시에 개회한 임시주총에서 투표결과를 확인한 이후 비대위 측과 만나 주주들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헬릭스미스도 소액주주연합과 회사 발전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상생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김 대표는 경영권은 지켰지만 43.43%나 모인 주주들의 성난 마음에 경각심을 품고 앞으로 이들을 다독이는 데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임시주총이 열린 헬릭스미스 본사 앞에서 한 주주가 외친 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김선영, 당신은 유능한 연구자일지는 몰라도 경영자로서는 낙제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