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휴젤을 인수하기 위해서는 약 2조 원이 필요한 만큼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가 국내 보툴리눔톡신시장 1위 기업인 휴젤을 인수했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와 관련해 다양한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가파르게 성장 중인 보툴리눔톡신과 필러 등 미용성형으로 외연을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정유경 사장이 휴젤 인수를 검토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보툴리눔톡신시장은 최근 미용시장의 성장과 함께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업 UBS파마슈티컬에 따르면 전 세계 보툴리눔톡신시장은 매년 10%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휴젤의 필러 매출도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휴젤의 국내 필러 매출은 2018년 121억 원에서 2020년 205억 원으로 3년 만에 70% 가까이 증가했고 같은 기간 해외 매출도 30% 이상 늘어났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휴젤은 필러와 화장품 등 연계 판매가 가능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갖춘 데다 경쟁사의 갈등으로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국내 1위에 올랐다”며 “중국, 미국 진출로 향후 더욱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휴젤은 2020년 국내 보툴리눔톡신 기업 최초로 중국에 진출했고 2021년 하반기에는 유럽에, 2022년에는 미국에도 진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세계가 부족하다고 평가받은 해외사업 역량을 단기간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정 사장에게 휴젤 인수가 매력적일 수 있다.
신세계는 그동안 해외보다는 국내를 위주로 사업을 진행해 해외사업 역량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 하지만 휴젤을 인수하면 글로벌 진출에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신세계는 화장품 브랜드 뽀아레를 유럽과 미국 등에 수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데 휴젤의 보툴리눔톡신과 함께 파트너기업을 물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정 사장은 휴젤의 중국사업 확대에 높은 가치를 부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화장품 브랜드 비디비치가 중국에서 인기를 얻으면서 신세계의 화장품사업이 성장할 수 있었는데 중국 진출에 성공한 휴젤까지 합세하면 중국 미용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휴젤은 신세계의 화장품사업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휴젤은 ‘웰라쥬’라는 브랜드를 통해 고기능성 화장품사업 펼치고 있다. 최근 화장품업계에서는 더마화장품(일반 화장품에 의약품 성분을 더한 화장품)이 유행하고 있는데 휴젤은 그동안 쌓아온 바이오의약품 기술을 접목해 더마화장품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만약 웰라쥬가 신세계가 보유한 백화점과 유통망을 활용할 수 있다면 더마화장품에서 더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신세계와 휴젤이 낼 수 있는 시너지가 제한적이라는 시선도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화장품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가성비(가격대비성능)를 추구하는 사업이 아니지만 제약바이오는 가성비를 추구하는 사업이다”며 “제약바이오는 기술력이 절대적으로 중요하지만 화장품은 브랜드 빌딩, 마케팅 역량이 중요한 사업부문이기 때문에 시너지는 제한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높은 휴젤의 몸값도 인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신세계는 2020년 1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4952억 원을 확보하고 있다. 사모펀드인 베인앤캐피탈이 휴젤 지분 42.9%의 가격을 약 2조 원으로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부담하기에는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신세계가 사모펀드 운용사 등 재무적투자자(FI)와 컨소시엄을 형성해 부담을 더는 방법을 추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박종대 연구원은 “2조 원에 베인앤캐피탈이 보유한 휴젤 지분을 인수한다면 휴젤은 주가수익비율(PER) 100배, 주가순자산비율(PBR) 6배에 해당하는 높은 밸류에이션(적정 기업가치)을 받는 셈이다”며 “신세계가 휴젤을 인수함으로써 기존 화장품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없다면 지나치게 비싼 가격이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신세계 관계자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휴젤 인수 관련해 검토한 바 있으나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