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일진하이솔루스를 앞세워 수소를 저장·운송하는 운반탱크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허 회장은 수소전기차 연료탱크에 이어 수소 운반탱크로 사업을 넓혀 수소산업에서도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진하이솔루스 수소운반 선점 원해, 허진규 미래사업에 명운 걸어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


20일 일진하이솔루스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수소자동차에 들어가는 연료탱크에 이어 올해 7월에는 수소 튜브트레일러 관련 제품을 출시해 수소 저장용기시장 선점에 나선다.

수소 튜브트레일러는 수소생산지에서 수소를 압축한 뒤 충전소로 이송하는 데 필요한 특수장비로 수소 탱크에 바퀴를 단 형태로 이뤄졌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최근 수소 튜브트레일러용 타입4 탱크로 국내 최초로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국제표준화기구의 인증을 받아 국내외 시장공략의 첫 단추를 뀄다.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탱크는 고강도 플라스틱과 탄소섬유를 혼합해 제작돼 기존에 쇠로 만든 타입1 탱크보다 가볍고 높은 압력을 버틸 수 있는 특징이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로 타입1 탱크를 사용하는데 이를 장착한 수소 튜브트레일러의 전체 중량은 40톤, 전장은 16m다. 

하지만 금속제 타입1 탱크는 터질 위험성 때문에 저장압력이 200기압에 불과해 트레일러 1기당 수소 공급량은 300kg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일진하이솔루스가 개발한 수소 타입4 탱크는 무게도 줄었을 뿐만 아니라 저장압력은 450기압으로 트레일러 1기당 수소공급량이 500kg에 이른다.

2020년 이후 세워진 수소충전소는 하루 평균 500kg의 수소 공급이 필요한데 일진하이솔루스의 타입4 수소 튜브트레일러를 이용하면 운송비용을 이전보다 최대 절반까지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탱크가 이처럼 높은 압력을 견디고 가벼울 수 있었던 까닭은 첨단소재를 적절하게 활용한 덕분이다.

일진하이솔루스는 효성이나 도레이첨단소재가 생산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탄소섬유를 고강도 플라스틱에 감아 타입4 탱크를 만들었다. 

허 회장은 일진하이솔루스의 수소탱크 장점을 최대한 살려 성장이 예상되는 수소용기시장을 빠르게 선점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료탱크업계에서는 수소탱크시장이 2020년 2천억 원에서 2030년 약 12조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03년부터 높은 압력을 견딜 수 있는 탱크를 연구해왔다. 20년 가까이 노하우를 쌓으며 경쟁회사보다 최소 2년 이상 기술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2014년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투싼 수소전기차에 수소연료탱크를 공급한데 이어 2018년부터는 넥쏘에도 수소연료탱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에 머물지 않고 허 회장은 사업영역을 선박이나 철도, 지게차, 드론 등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는 수소 저장용기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이르면 7월 코스피 시장에도 상장돼 미래 사업을 향한 투자자금도 크게 늘릴 수 있게 됐다.

허 회장은 연구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에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일진하이솔루스는 올해 126억 원을 투자해 전북 완주 테크노밸리 제2산업단지에 수소 연료저장 솔루션 연구센터를 건립하고 있다. 2025년까지 추가 투자를 통해 단계적으로 수소탱크 제조공장도 증설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일진그룹 관계자는 “타입4 수소용기 양산에 성공하며 일진그룹이 국내업체 가운데 수소 저장용기분야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며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4차산업혁명시대를 맞아 미래 먹거리 창출 여부에 따라 명운이 판가름 난다”며 “미래사업을 발굴하고 강화하는데 일진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허 회장의 이런 방침에 따라 일진그룹은 주력사업인 배전용 소재에서 전기차배터리용 동박에 이어 수소용기 등 친환경소재로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