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성공했다는 사람들에게 연락했을 때 자주 듣는 말이 “너무 바쁘다” “여유가 없다” “시간이 부족하다” 등이다. 그들은 늘 일속에 파묻혀 살고 있고 일을 중심에 놓고 자신의 일과표를 빼곡이 짠다. 그렇게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사람들이 성공확률이 높을까?
그렇지 않다. 진짜 성공은 바쁘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의 차지인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 바쁜 사람은 바쁘다는 느낌을 갖기 보다는 일에 몰두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몰두할 수 있는 일은 좋아하는 일일 때가 많다. 그때 희열감과 생동하는 에너지를 느끼게 된다.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성취감과 행복감을 느낀다.
▲ 이현주 기린한약국 원장.
하지만 바쁘다는 느낌만 강하게 가지고 있을 뿐 실제로 일에 몰두하지 못하고 시간만 보내는 이들도 많다. 이런 경우는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이나 불안감을 갖게 된다. 그런 부정적 감정은 과거의 아픈 기억을 소환하고 소환된 기억은 좌절, 분노, 불안 등의 감정을 확대재생산한다.
그럴 때 많은 리더들이 일에 숨는다. 회사나 조직에 정말 필요한 미래를 설계하거나 창의적 아이디어를 찾는 대신 자신이 익숙한 일에 온통 시간을 쏟는다. 성실한 행동으로 불안감을 밀어내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불안감은 면역력을 떨어뜨리고 건강을 무너지게 한다.
암이나 중증 질환을 앓는 리더들 가운데 그런 상황에 처한 이들이 있다. 대개 이들은 외과적인 수술을 통해 종양을 떼어내도, 결국 다시 재발하게 된다. 병을 유발하는 생활방식이나 환경이 변하지 않아서 이기도 하겠지만,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감정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다 암에 걸리지는 않는다. 어떤 이들은 일을 통해 더 건강하고 행복해지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일을 하면 할수록 몸이 병들고 불행해진다. 대개 이런 사람들은 일을 하되 몰두하지 못하는 경우다. 이들은 의무감이 모든 걸 지배하도록 한다.
삼십대 CEO여성의 경우, 반복되는 알러지성 피부염으로 고통받고 있었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새로운 상품을 론칭할 때만 되면 극도로 가려움증이 심해졌다. 증상을 잠재우기위해 스테로이드제 연고를 바르고, 항히스타민 제재를 복용하며 어려운 시기를 넘기곤 했다.
문제는 단지 피부에만 찾아오는 게 아니었다. 극심한 위통으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도 여러 번 있었다. 또한 수년 동안 자살충동과 불안증 때문에 항우울제를 복용 중이었다. 그러나 제품이 시장에 출시되고 나면, 모든 증상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마치 꿈속에서 본 귀신같았다.
왜 이런 증상이 반복되는 것일까?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과 성공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만들어 낸 스트레스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해야 할 것은, 그가 그러한 상황속에서 자신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다. 그녀는 사업을 하면서 마치 달리는 경주마에 채찍질을 하듯, 스스로를 다그치고 있었던 것이다. 더 완벽하게,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정말 내가 행복한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지는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그런 패턴은 나이가 들어도 크게 변하지 않는다. 성공하면 할수록, 더 좋은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도 함께 성장하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몸은 점점 지치게 되고, 어느날 갑자기 경주에서 달릴 수 없는 나약하고 보잘 것 없는 말이 되어 쓰러지는 것이다. 그가 경주에서 몇 차례 승리를 거뒀다고 한들, 그것이 진정한 승리일까?
그런 리더들에게 더 늦기 전에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기를 권한다. 자신을 영화 속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하루24시간을 모니터링 해보면 자신이 무엇 때문에 얼마나 바쁜지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아니 실제 자신이 바쁘기나 한 건지 알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루틴을 다시 설정하시라. 가장 중요한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스케줄을 끼워 넣으라는 것이다.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시간을 규칙적으로 지키는 것 외에도, 스스로에게 친절을 베푸는 시간을 만들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좋은 음악을 듣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 하지만 가장 좋은 선물은 몸과 마음을 쉴 시간을 주는 것이다. 자신의 노동과 고단함이 가족과 직원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실제적인 혜택이 되고 있음을 느낄 시간을 갖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햇빛을 보고 10분간 멍 때리는 습관을 갖고 있다. 이때만큼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이완되고 느슨한 시간을 보낸다. 이 시간은 나의 몸과 마음에 베푸는 친절이자 가장 좋은 선물이다.
스스로에게 친절한 아침을 보낼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하루를 선물할 수 있다. 일과 삶 사이의 균형은 결국, 스스로에 대한 친절한 감정에서부터 비롯된다.
내가 충분히 즐기고 있다는 자각, 나에게 스스로 잘 대해주고 있다는 만족감이 바쁜 하루를 살아가는 당신의 스토리텔링이 된다면, 그 일의 결과는 분명 성공적일 것이다.
CEO는 고객의 만족을 무엇보다 중요한 사람이다. 하지만 잊지 마시라. 당신의 첫 번째 고객은 당신이라는 사실을. CEO가 행복하지 않은데 고객이 직원이 행복할 수는 없다. [이현주 기린한약국 원장]
이현주 기린한약국 원장. 한약학 박사. 하버드의대 Lifestyle Medicine Day to Day Certification 과정 및 Lifestyle Medicine Chef Coaching Certification 과정 수료. 코넬대 자연식물식영양학과정 수료. 오감테라피학교 대표. Meat Free Monday Korea 대표.
토털 헬스케어에 관심이 많아 환자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처방한다. 한약국을 찾는 분들에게 식단, 운동, 한약처방과 더불어 명상과 심리상담, 자연과의 교감 등으로 이루어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