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1-04-23 14: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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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새 프리미엄TV 퀀텀닷(QD)디스플레이TV 출시를 준비하면서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에게 제품군 구성전략이 더욱 중요해졌다.
삼성전자는 액정디스플레이(LCD)TV, 미니LEDTV, 마이크로LEDTV 등 다양한 프리미엄TV 제품군을 운영해 왔다. 여기에 새 제품이 추가되면 TV 제품군이 더욱 다양해지면서 삼성전자의 TV시장 1위 유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이 1월7일 삼성 퍼스트룩 2021 행사에서 말하고 있다. <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다만 TV를 구성하는 디스플레이 종류가 많아짐에 따라 소비자의 혼란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해 제품마다 명확한 구분으로 장단점을 짚어주는 마케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차세대 TV 퀀텀닷디스플레이TV는 삼성전자 프리미엄TV 안에서 마이크로LEDTV 다음 가는 위치를 차지하며 사실상 대표제품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LEDTV는 말 그대로 매우 미세한 발광 다이오드(LED)소자를 모아 하나하나가 화소 역할을 하게 만든 TV를 말한다. 현재 삼성전자 최상위 프리미엄TV로 꼽힌다.
한종희 사장은 지난해 12월 첫 가정용 마이크로LEDTV 110인치형 제품을 내놨다. 올해는 더 작은 형태로 소비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사장은 21일 월드IT쇼 2021 행사에서 마이크로LEDTV를 두고 “하반기 70인치, 80인치 제품이 나오면 상당히 많이 팔릴 것이다”고 말했다.
다만 마이크로LEDTV가 삼성전자의 대표적 TV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마이크로LEDTV는 LED소자를 조립하는 과정이 어려워 생산비용이 많이 든다. 이는 프리미엄TV 가운데서도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연결된다.
110인치형 마이크로LEDTV 가격은 1억7천만 원으로 책정됐다. 한 사장의 말대로 더 작은 제품이 나온다고 해도 최소 수천만 원대 가격이 매겨질 공산이 크다. 아직 대중화까지 갈 길이 먼 셈이다.
이에 따라 퀀텀닷디스플레이TV가 마이크로LEDTV 구매를 부담스러워하는 소비자들을 위한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전자 모델들이 110인치 마이크로LEDTV를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퀀텀닷디스플레이는 올레드(OLED) 기반 디스플레이로 각각의 화소가 스스로 빛을 내는 ‘자발광’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마이크로LEDTV와 비슷하다.
자발광 디스플레이는 기존 LCDTV처럼 뒷면에 조명을 비추지 않기 때문에 완전한 검은색 표현이 가능하다.
완전한 검은색 표현이 되면 LCDTV보다 나은 명암비로 뚜렷한 영상을 표현할 수 있다.
제품별 성능을 고려하면 한 사장은 퀀텀닷디스플레이TV 아래에 기존의 LCDTV, 미니LEDTV 등 프리미엄 제품을 놓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는 지난해까지 LCDTV인 QLEDTV를 주력제품으로 판매해 왔다. 올해 3월에는 LCDTV의 발달한 형태인 미니LEDTV를 네오QLED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선보였다.
LCDTV는 퀀텀닷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TV 등 자발광 디스플레이와 달리 따로 조명을 비추는 발광체(백라이트)가 필요하다.
미니LEDTV는 LCDTV 발광체에 사용되는 LED소자를 더 작은 것으로 대체해 기존보다 화면 밝기를 더 세세하게 조절할 수 있다. 다만 발광체가 필요 없는 자발광 디스플레이와 비교하면 제품이 더 두꺼울 수밖에 없고 완전한 검은색을 표현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퀀텀닷디스플레이TV가 삼성전자 QLEDTV 및 네오QLEDTV보다 상위 제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 사장은 퀀텀닷디스플레이TV를 시장에 선보이면서 기존 올레드TV와 어떤 점이 다른지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낮게 평가했던 TV용 올레드(OLED)디스플레이와 퀀텀닷디스플레이가 비슷해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에서 판매되는 올레드TV는 모두 LG디스플레이의 TV용 올레드디스플레이를 기반으로 한다. 이 디스플레이는 빨강, 초록, 파랑 색상 올레드 소자를 합쳐 하얀 조명을 구성한 뒤 그 위에 색상필터를 씌워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퀀텀닷디스플레이는 이와 달리 청색 올레드를 조명으로 활용하고 퀀텀닷소재 색상필터를 씌우는 구조를 채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올레드가 사용된다는 점에서 퀀텀닷올레드(QD-OLED)라고 불리기도 한다.
▲ 삼성전자가 1월7일 삼성 퍼스트룩 2021 행사에서 올레드TV의 단점으로 번인 현상을 지적하고 있다. <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삼성전자는 올레드디스플레이를 이루는 유기소자가 화소 열화(번인)에 취약해 오래 사용하기 어렵고 높은 밝기를 보이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
삼성전자는 1월 TV 신제품 공개행사 삼성 퍼스트룩 2021에서 “유기발광 다이오드의 수명은 제한적이다”며 “TV에 적용할 경우 번인(화소 열화)현상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또 3월 미니LEDTV인 네오QLEDTV를 기자단에게 선보이는 현장에서 네오QLEDTV가 밝기와 색상 표현 등 여러 측면에서 올레드TV보다 더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소비자가 퀀텀닷디스플레이TV와 기존 올레드TV를 구별할 수 있게 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한 까닭이다.
삼성 쪽에서는 퀀텀닷디스플레이가 올레드디스플레이보다 더 뛰어난 기술이라고 보는 만큼 적극적으로 차별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퀀텀닷디스플레이의 파랑 발광원에서 생성되는 빛은 색순도가 매우 높고 이 빛을 받아 퀀텀닷 소자가 만드는 빨간색과 초록색 또한 색순도가 매우 높아진다”며 “퀀텀닷디스플레이는 이런 높은 색순도 덕분에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가운데 색 표현 범위가 가장 넓은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고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퀀텀닷디스플레이TV 출시가 시간문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의 주요 디스플레이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안에 양산하는 것을 목표로 퀀텀닷디스플레이사업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TV용 퀀텀닷디스플레이패널 수율과 양산성 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삼성전자는 2022년 퀀텀닷디스플레이TV를 출시하며 올레드TV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봤다.
실제로 한 사장은 21일 퀀텀닷디스플레이를 도입할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삼성디스플레이가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며 "시제품을 받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퀀텀닷디스플레이TV를 내세워 TV시장에서 일인자로서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매출기준으로 TV시장 점유율 31.9%를 달성해 15년 연속으로 시장 1위를 지켰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