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인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재 톤당 1만8천 원대에서 하반기부터 최소 3만 원대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휴켐스는 주로 질산을 생산하는 화학회사로 오래전부터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통해 탄소배출권을 확보해 왔다. 글로벌 친환경기조에 따라 탄소배출권 가격이 오르면서 친환경에 투자한 노력이 수확을 할 것으로 보인다.
 
탄소배출권 가격 계속 오른다, 휴켐스 친환경에 투자한 노력이 결실로

▲ 신진용 휴켐스 대표이사 사장.


23일 에너지업계와 증권업계의 말을 종합해보면 하반기부터 탄소배출권 가격이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탄소배출권은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들이 유엔(UN)으로부터 인증받은 온실가스 감축량만큼 탄소배출권을 할당받으며 이를 환경부 승인을 거쳐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소배출권은 3월 한 달 동안 1만8천 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코로나19로 경제가 타격을 입기 전 2019년 말부터 지난해 4월까지 3만 원 후반대에서 4만 원 초반대에서 사고 팔렸던 점을 고려해 에너지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최소 3만 원까지 치솟을 것으로 바라봤다.

이지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친환경정책 강화로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해 국내에도 일부 영향을 미칠 것이다"며 "하반기부터 경제활동도 재개돼 탄소배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또한 이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부터 제3기 탄소배출권 거래가 본격화돼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소 3만 원까지 상승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정부가 2015년부터 도입한 제도로 올해부터 2025년까지 3기가 시작됐다.

정부는 1기(2015~2017년)에 기업들에게 탄소배출권을 무상으로 할당했다. 2기(2018~2020년)부터는 배출권 가운데 3%를, 3기부터는 배출권 가운데 10%를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한다.

올해부터 각 기업이 돈을 내고 사야하는 탄소배출권이 2기와 비교해 3배 넘게 늘어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탄소배출권 가격 상승 전망에 따라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철강이나 정유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탄소배출권을 판매하고 있는 휴켐스로서는 반가울 수밖에 없다.

휴켐스는 반도체와 자동차, 가구·건설 내장재에 사용되는 공업용 질산을 생산하는 화학회사다. 

화학업계에서는 휴켐스가 질산 생산능력을 173만 톤 보유해 아시아권 1위를 차지하면서도 온실가스 감축에도 앞장서 국내에서 탄소배출권을 가장 많이 확보한 회사로 알려졌다. 

암모니아에서 질산을 만드는 과정에서 온실가스가 발생한다. 휴켐스는 교토의정서가 시행된 이듬해 2006년부터 질산공장에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해 암모니아를 질산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줄여 배출권을 확보했다.

휴켐스로서는 과거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앞장서왔는데 글로벌 친환경정책에 힘입어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휴켐스 관계자는 “휴켐스는 2015년 국내에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도입되기 10여 년 전인 2006년부터 교토의정서에 따른 글로벌 친환경 움직임에 공감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데 공을 들여왔다”며 “앞으로도 탄소배출권 거래에 따른 영업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휴켐스는 앞서 11일 1500억 원을 투자해 여수에 6번째 질산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이번 증설에도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해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을 세웠다.

휴켐스는 지난해 탄소배출권에서만 매출 606억 원, 영업이익 374억 원을 거뒀다.

탄소배출권 매출은 휴켐스 전체에서 10%를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은 전체에서 39%를 차지했다. 탄소배출권사업은 수익성이 굉장히 좋은 사업으로 휴켐스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