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사모펀드 제재절차를 앞두고 사후정산방식을 통한 분쟁조정에 동참할까?

금융감독원이 제재수위를 결정할 때 판매사의 피해구제 노력을 반영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하나은행도 사후정산방식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모펀드 제재 앞둔 하나은행, 사후정산방식 분쟁조정 수용하나

▲ 박성호 하나은행장 내정자.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독일헤리티지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사태 등과 관련해 배상책임 여부 등을 확정한 뒤 개별 판매사와 사후정산방식을 통해 분쟁조정을 진행할지를 조율하기로 했다.

사후정산방식은 미상환 잔액을 손해액으로 보고 조정결정에서 정한 배상비율에 따라 판매사가 우선 배상한 뒤 향후 발생하는 회수금으로 정산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환매 또는 청산으로 손해가 확정돼야 분쟁조정 등 손해배상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데 판매사가 동의하면 사후정산방식을 통해 분쟁조정을 시작할 수 있다.

하나은행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독일헤리티지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 제재심의위에 오른다면 사후정산방식을 통한 분쟁조정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판매사의 피해구제 노력이 제재수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피해구제 노력을 제재 수위에 반영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금감원은 21일 ‘사모펀드 사태 대응현황 및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하면서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금융사를 대상으로 제재를 할 때 참작할 수 있는 ‘제재 사전협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라임자산운용 871억 원, 독일헤리티지펀드 400억 원,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1100억 원, 디스커버리펀드 240억 원가량 판매해 금감원 제재심의위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독일헤리티지펀드, 디스커버리펀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판매사를 대상으로 4월 말부터 제재심의위원회를, 5월 말부터 분쟁조정위원회를 진행하기로 했다.

기관제재뿐 아니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이 제재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하나은행이 사후정산방식을 통한 분쟁조정에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실어준다.

앞서 KB증권과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와 관련해 사후정산방식에 동의한 것도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 사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이라는 시선이 나왔다.

금감원이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한 분쟁조정을 빠르게 마무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하나은행 등 사모펀드 판매사들이 사후정산방식을 통한 분쟁조정을 외면하기 쉽지 않다.

21일 금감원은 5대 사모펀드 분쟁조정을 상반기 안에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와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분쟁조정을 통해 마련된 틀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는 4월 초, 독일헤리티지 등 나머지 펀드도 상반기에는 피해구제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3월 초 임원회의에서 분쟁조정과 관련해 “검사 결과 등을 통해 사실관계가 확인되는 대로 다른 사모펀드 분쟁조정 절차를 신속히 추진해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피해구제를 위해 사후정산방식도 검토하고 있다는 태도를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피해구제라는 대전제 아래 다양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며 “그동안 선지급 방식을 통해 피해구제를 진행해왔는데 사후정산방식을 통한 피해구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