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장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증권사들이 해외주식 거래대금 급증으로 이익을 보고 있는데도 관련 투자에는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증권사 거래시스템 장애 잦아, '투자 너무 인색하다' 투자자 불만 커져

▲ 미래에셋대우 로고.


미래에셋대우는 뉴욕증시 개장 직후인 17일 늦은 밤부터 18일 새벽까지 약 1시간에 걸쳐 거래시스템에서 주문지연 현상이 발생했다.

매수와 매도주문이 제때 들어가지 않았고 이미 들어간 주문에 대한 취소주문도 인식되지 않아 일부 투자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앞서 1월에도 NH투자증권과 KB증권에서 주식거래 급증으로 거래매체에 일시적 오류가 일어났고 신한금융투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간편 인증을 통한 접속이 지연됐다.

증권사들은 주문지연과 시스템 오류로 피해를 본 투자자가 있다면 내부기준에 따라 적극 보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해 거래시스템과 관련한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었는데 같은 문제가 계속 반복되면서 증권사들의 개선 노력이 미흡하다는 말도 나온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하나금융투자 등 6개 주요 증권사가 거래시스템 오류로 투자자들에게 배상한 금액은 91억3853만원이었다. 2019년과 비교해 843.5% 증가한 수준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에서는 2020년 해외주식거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접속 지연, 주문체결내용 확인 오류 등이 잇달아 발생했으며 관련 민원만 152건이나 됐다.

주요 증권사들이 국내주식과 비교해 수수료가 높은 해외주식 거래중개를 통해 많은 수익을 거둬들였음에도 관련 인프라 투자에는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0년 국내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금액은 총 1950억9556만 달러(약 215조 원)에 이르러 2019년과 비교해 약 4.8배 증가했다.

해외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 유입에 힘입어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수탁수수료도 평균 24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키움증권은 개인투자자 가입자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2020년 해외수탁수수료가 2019년과 비교해 1485% 늘었다.

주식 거래량은 늘어나는데 관련 인프라 투자금액 증가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시스템 장애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투자금액은 2020년 기준 상위 10개 증권사 평균 856억 원 수준으로 대부분 전년 대비 금액이 늘었다.

다만 전년 대비 투자비용을 가장 큰 폭으로 올린 NH투자증권도 전년 대비 증가폭이 2배에 그쳤다. 거래대금 증가분을 따라가지 못하는 셈이다.

대부분 증권사에서 판매관리비 대비 전산운용비 비중도 3년 넘게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국 의원은 “동학개미 열풍과 비대면투자 확대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과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이용량이 더 늘어남에 따라 전산 장애 등에 따른 투자자 피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들의 보상규정이 제각각이고 피해구제 입증도 쉽지 않은 만큼 전산장비를 고도화하고 약관을 정비하는 등 소비자 보호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빅테크기업이 주식중개시장에 새로이 뛰어드는 상황에서 기존 증권사들은 선제적 투자를 통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일이 시급하다.

토스증권은 현재 국내주식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를 열고 순차적으로 고객을 받고 있다. 상반기 중에 해외주식거래를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페이증권도 하반기에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우고 인력충원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