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내년에는 중국사업에서 다시 기지개를 켤 수 있을까? 

박 회장은 ‘중국 투자 전도사’로 불리기도 했다. 내년에는 한한령, 코로나19 등 리스크에서 벗어나면서 중국에 눈길을 다시 돌릴지 주목된다.
 
박현주 미래에셋 중국투자 기지개 켤까, 한한령 코로나19 걷혀간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박현주 회장이 해외사업 확대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백신이 나온 데 따라 코로나19가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졌고 공정위 제재 관련 불확실성이 해소된 덕분이다.

박 회장이 평소 중국시장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던 만큼 중국에 관심을 둘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불발에 그쳤지만 미래에셋그룹의 7조 원 규모 안방보험 호텔 인수와 아시아나항공 컨소시엄 참여 등은 모두 박 회장의 중국 투자 의지가 담긴 결과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미래에셋그룹이 미국 호텔 관련 소송에서 결국 승소 판결을 받아 계약금으로 납부한 7천억 원가량을 돌려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박 회장으로서는 새로운 투자처에 넣을 수 있는 실탄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등 미래에셋그룹은 2019년 9월 미국 주요 거점에 위치한 호텔 15곳을 인수하기로 안방보험과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금으로 7천억 원가량을 납부했다.

이후 미래에셋그룹은 안방보험이 거래종결을 위한 선행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며 매매계약을 해지했고 안방보험은 계약을 해지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없다며 미래에셋그룹을 상대로 델라웨어 형평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 1심에서 미래에셋그룹이 승소한 데 따라 이자를 포함한 모든 계약금과 거래 관련 지출비용, 변호사 비용 등 재판에 소요된 비용도 받을 수 있게 됐다.

최근 한한령이나 코로나19 등 중국사업 관련 리스크가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박 회장이 중국시장에서 투자기회를 찾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7년 중국 금융당국에 중국에서 사모펀드를 운용할 수 있는 자격을 신청했는데 허가를 받기까지 1년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피델리티 등 글로벌 운용사의 허가속도와 비교해 유독 지지부진했는데 당시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한한령 때문에 허가가 늦어지는 것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그러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논의가 오가는 등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 만큼 이런 리스크가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미래에셋그룹의 일감 몰아주기 혐의와 관련해 2017년 12월부터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마무리된 만큼 박 회장이 해외투자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공정위는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이 박 회장 일가가 지배하는 미래에셋컨설팅에 부당한 이익을 몰아줬다는 결론을 내리고 제재 수위를 검토해왔다. 5월 미래에셋그룹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3억9천만 원을 부과했지만 박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지는 않기로 결정했다.

박 회장은 2018년 미래에셋대우 회장을 내려놓고 글로벌경영전략고문(GISO)을 맡아 해외사업에 전념하고 있다.

국내법인 회장에서는 내려왔지만 홍콩 법인 회장은 유지하고 직접 홍콩 법인을 키우고 있다. 

이를 놓고 중국사업 창구역할을 하는 홍콩 법인을 키워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사업을 확대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8월에는 코로나19 위기와 홍콩 특별지위박탈 등 악재에도 미래에셋대우 홍콩 법인에 3억 달러 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다. 

다만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최근 상황과 관련해 “시기적 문제로 아직까지는 중국을 비롯한 해외투자에 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현주 회장은 한때 ‘중국 투자 전도사’로 불릴 만큼 중국시장이 지닌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미래에셋대우가 HDC현대산업개발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뛰어들 때도 박 회장은 “우리나라 국민 40%가 여권을 지니고 있는 반면 중국 국민의 여권보유 비율은 4%에 그친다”며 “중국 국민의 10%만 여권을 소지하게 돼도 관광산업이 크게 성장할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관광산업이 성장하는 만큼 항공수요도 급증할 것으로 바라본 것이다. 

박 회장은 2015년 미래에셋대우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는 “중국자본이 몰리는 곳을 찾아 투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