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최경환, 경제낙관론의 씁쓸함  
▲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주관으로 열린 '코리아 미러클3: 숨은 기적들' 발간보고회에 참석해 축사하고 있다.<뉴시스>

“한국경제가 위기라면 세계에 위기 아닌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위기 속에서 선방하고 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다.

대내외적 경기침체 우려 속에서 힘을 내자는 취지의 발언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장밋빛 의견’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최 부총리는 10일 세종시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출입기자단 송년회에서 최근 나오는 경제위기 우려에 대해 “대내외 여건을 다 짚어 봐도 전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경제가 미증유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우려는 과장된 것”이라며 “국내에서 비판이 많지만 아주 객관적으로 보면 대한민국은 선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 부총리는 “우리경제가 아주 좋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경제가 미증유의 위기라면 세계에 미증유의 위기가 아닌 나라가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최 부총리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복귀를 앞두고 있는데 그런 처지를 제대를 앞둔 말년병장에 비유했다.

그는 “아직 전역증을 받지 못했지만 제대를 앞두고 있는 말년병장 같은 심정”이라고 밝혔다. 하루빨리 여의도로 복귀해 총선 준비에 들어가겠다는 의지를 에둘러 표시한 것이다.

최 부총리는 지난해 7월 취임해 1년 반 정도 이른바 '초이노믹스'를 이끌었다.

그는 “그동안 안 해본 것이 없이 고군분투했다”며 “4대 개혁 구석구석에 제 손길이 안 간 데가 없고 총리 대행 맡으며 메르스 사령탑으로서 구원투수로 투입된 기억도 난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수출이 조금만 받쳐주었으면 3% 후반, 4% 가까운 성장률을 기록했을 것”이라며 아쉬움도 내비쳤다.

최 부총리의 얘기를 종합하면 재임기간 1년 반 동안 ‘경제사령탑’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였지만 세계적 경기불황으로 수출이 줄면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당초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다.

최 부총리의 낙관적 소회와 달리 한국경제에 어두운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문제로 한국경제는 앞으로 성장률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계층간 불평등은 갈수록 심화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여기에 얼어붙은 내수시장은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까지 최근 중국경제의 둔화속도가 예상보다 빨라지고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경기위축 효과가 나타날 경우 한국의 내년도 성장률은 2%대 초반으로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부총리의 말처럼 ‘안 해본 일이 없을’정도로 뛰었지만 ‘초이노믹스’는 빚을 동원한 경기부양책이 대부분이었다.

그는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과 담보인정비율(LTV)을 완화했지만 결론적으로 집값만 올리고 서민들의 전세난만 심화시켰다.

우리나라 총가계부채는 10월 말 현재 1166조 원에 육박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대한민국 경제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한 경제계 인사는 “곧 여의도로 돌아가는 최 부총리의 발언에서 잘못된 경제정책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며 “현재 한국경제가 얼마나 어려운 상황인지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치적만 내세운 것 같아 씁쓸할 뿐”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