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회장은 지난해 수시 임원인사제도를 도입한 뒤에도 12월 부회장단과 몇몇 계열사 대표 인사를 단행했다.
더군다나 정 회장은 10월 취임 이후 회사를 떠났던 루크 동커볼케 부사장을 다시 영입한 것을 빼고는 아직 이렇다 할 굵직한 임원인사를 시행하지 않았다.
대기업 총수들은 보통 임원인사를 통해 그룹의 변화를 꾀하고 힘주는 사업 등을 보여주는데 정 회장도 12월 임원인사를 통해 분위기 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에서는 이미 정몽구 명예회장 시절 측근이었던 부회장단의 세대교체 가속화, 미래사업을 이끄는 정 회장 측근 임원들의 승진 가능성 등이 나오는데 대표 계열사인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변화 여부도 주요 관심사로 꼽힌다.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는 사업규모는 물론 순환출자 형태로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그룹에서 중요도가 가장 높은 계열사로 평가된다.
현대차그룹은 중요도 등을 반영해 이들 3곳에만 여러 명의 대표이사가 분야를 나눠 경영을 책임지는 각자대표체제를 구축하고 있기도 하다.
계열사 내에서 각 대표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는 만큼 이들 가운데 누군가 교체된다면 정 회장시대 변화가 필요한 분야로 해석될 수 있다.
우선 현대차를 보면 현재 정의선 회장과 이원희 사장, 하언태 사장 등 3인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는데 이원희 대표와 하언태 대표 모두 자리를 지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원희 대표는 재무 전문가로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를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으로 미래차시대 대규모 투자를 이끌고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도 주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다. 2016년 현대차 대표에 오른 뒤 2019년 연임에 성공해 임기도 2022년 3월까지다.
하언태 대표는 노무 전문가로 3년 연속 현대차의 추석 전 단체교섭 타결을 이끌어내는 등 현대차 노사관계의 변화 이끌고 있다. 임기가 2021년 3월 끝나지만 노사협상 과정에서 지속해서 역량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하지만 현대차가 올해 3월까지만 해도 정몽구 명예회장을 포함해 4인 각자대표체제로 운영됐던 만큼 정 회장이 새 인물을 대표이사로 올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 회장이 현대차에 새 대표이사를 선임한다면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 사장일 가능성이 높다. 비어만 사장은 지난해 3월 현대차 사내이사에 올랐는데 대표이사를 맡아도 다른 각자대표와 역할이 겹치지 않을뿐더러 정의선시대 기술과 품질을 강조한다는 이미지도 더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