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가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인수한다면 미래 모빌리티분야에서 큰 시너지가 기대된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로보틱스 등 현대차의 미래 주요사업은 모두 배터리에서 에너지를 얻어 모터의 회전력으로 추력, 양력, 관절운동을 만든다는 유사성이 있다”며 “미래차의 궁극적 발전형태는 결국 로봇이기 때문에 현대차는 로봇 기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바라봤다.
현대차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도심항공 모빌리티(UAM)에 이어 최근 화물운송용 무인항공기(Cargo UAS) 개발을 공식화하는 등 정 회장 취임 이후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 서비스업체로 변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은 단순 자동차제조업을 넘어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서비스로서 이동(MaaS, Mobility as a Service)’ ‘서비스로서 교통(TaaS, Transportation as a Service)’ 등 수요 맞춤형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 회장이 10년 안에 단거리 이동을 위한 하늘 길이 열릴 것으로 보고 사람뿐 아니라 물류 이동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선제적 준비를 하는 셈인데 이런 물류 서비스를 마지막까지 책임지기 위해서는 로봇 기술이 필요하다.
무인항공기로 물류를 옮긴다 해도 마지막 소비자 집 앞까지 배송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이는 결국 배송로봇이 담당할 가능성이 크다.
정 회장이 지난해 현대차그룹 타운홀미팅에서 미래사업 비중을 자동차 50%, 개인항공기(PAV) 30%, 로보틱스 20%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송로봇은 집 앞 장애물을 넘고 계단 등도 오르내려야 해 사람이나 동물과 유사한 ‘레그타입로봇(Leg Type Robot)’이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현대차가 기존 자동차와 유사할 수 있는 ‘휠타입로봇(Wheel Type Robot)’ 쪽에서는 자체적으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지만 레그타입로봇 쪽에서는 자체기술 개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레그타입로봇은 디딤 발과 딛는 발의 높이 변화 등에 따라 로봇 다리에 들어가는 힘과 압력 등을 다르게 줘야 해 휠타입로봇과 비교해 더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로봇 개 ‘스폿’을 개발하는 등 레그타입로봇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한 업체로 평가된다. 현대차가 인수한다면 단숨에 배송로봇과 관련한 선진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고 연구원은 “현대차는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잠재력을 고려해 배송로봇을 생산목록에 편입해야 한다”며 “현대차가 기술을 이전받고 제품을 양산할 수 있다면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충분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바라봤다.
로봇기술은 목적기반 모빌리티(PAV) 등 정 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이동수단과 결합될 수도 있다.
현대차가 구상하는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길이가 4~6m에 이르는 컨테이너박스 형태의 이동수단으로 지상에서 움직이며 식당, 카페, 호텔, 병원, 약국 등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향후 물류 배송에 활용된다면 이 역시 배송로봇이 필요하다.
목적기반 모빌리티는 신개념 차량으로도 확장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도 로봇 기술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 현대차의 걸어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 이미지.
현대차가 지난해 국제전자제품 박람회(CES)에서 공개했던 걸어 다니는 자동차 ‘엘리베이트(Elevate)’가 대표적이다.
엘리베이트는 일반도로는 물론 4개의 바퀴 달린 로봇 다리를 움직여 기존 바퀴만으로는 접근이 어려운 지역도 갈 수 있는 신개념 모빌리티로 로봇기술이 필수적이다.
현대차는 현재 보스턴다이내믹스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과 신중히 인수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기술이전, 가격 등 협상조건에 따라 인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는데 정 회장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와 무관하게 로봇 기술 경쟁력 강화를 향한 투자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정 회장은 10월 취임사에서 “새로운 환경과 미래를 위한 또 다른 도전과 준비가 필요하다”며 “로보틱스, UAM(도심항공 모빌리티), 스마트시티 같은 상상 속 미래 모습을 더욱 빠르게 현실화해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