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 보완대책을 발표한 뒤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시내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해제를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주택공급TF'를 맡아 정부의 주택공급 대책을 총괄하는 홍 부총리로서는 서울시가 끝까지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한다면 국토교통부 장관의 권한을 활용해 그린벨트 직권해제 카드를 꺼내들 수도 있다.
17일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그건 이미 당정이 의견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의견 정리의 내용을 놓고는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하지만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그린벨트 해제를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는 정부 인사들의 발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린벨트 해제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가 서울에 주택공급을 확대하려면 그린벨트 해제를 유력하게 검토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대통령이 주택공급과 관련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발굴을 해서라도 늘려라”라고 강하게 주문했지만 이미 대부분 지역에 개발이 이뤄진 서울에서 대규모 주택공급을 감당할 만한 신규택지를 찾아내는 일은 쉽지 않다.
역대 정권에서도 공급대책의 해법으로 그린벨트 해제를 써왔다는 점은 홍 부총리가 그린벨트 해제를 밀어 붙일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참여정부 때의 은평뉴타운, 이명박 정부 때 위례신도시와 내곡동 보금자리 지구 등을 조성할 때 모두 그린벨트를 해제해 부지를 마련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반대는 여전한 부담이다.
서울시장 권한대행을 맡은 서정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10일
박원순 시장의 시정철학에 따라 서울시정이 중단없이 추진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고 박 전 시장은 생전에 그린벨트 해제에 극도로 신중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물론 서울시가 권한대행체제로 운영되는 만큼 정부의 설득이 상대적으로 쉽게 먹힐 수도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계속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한다면 홍 부총리로서는 국토부 장관의 직권해제 권한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홍 장관이 주재하는 주택공급확대TF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참여하고 있어 방향만 잡히면 실행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제2조 제3항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은 보존 가치가 낮은 곳 등 일정 조건을 전제로 그린벨트를 직권해제할 권한이 있다.
현재 서울의 그린벨트지역 149㎢(제곱킬로미터) 가운데 보존가치가 낮은 3~5등급 지역의 면적은 29㎢ 수준이다. 27만5천 호 수준의 주택공급이 가능한 면적이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이미 서초구 내곡동, 강남구 세곡동 등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그린벨트의 직권해제는 정치적 부담도 있는 만큼 홍 부총리가 그 카드를 바로 꺼내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면서도 “당정의 주택공급 확대 의지가 강한데다 서울시가 현재 시장대행체제인 만큼 과거처럼 정부에 반대 의견을 관철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10일 YTN 뉴스에 출연했을 때만해도 홍 부총리는 “정부가 앞으로 검토할 여러 대안 리스트를 쭉 점검 했는데 현재로서는 그린벨트 해제 관련은 리스트에 올려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는데 나흘 만에 태도가 바뀌었다.
박선호 국토부 제1차관도 서울의 그린벨트 해제와 관련해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 차관은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토부, 기획재정부, 서울시, 인천시 등 참여로 열린 ‘주택공급 확대TF 실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실무기획단에서는 근본적 공급 확대를 위한 모든 가능한 대안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여부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진지한 논의도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울시는 그린벨트 해제에 적극 반대하고 있다.
고 박 전 시장이 “미래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꾸준하게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고 박 전 시장의 실종 초기에 일각에서 정부와 그린벨트 관련 이견 때문에 잠적한 게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였다.
서울시는 15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그린벨트는 개발의 물결 한 가운데서도 지켜온 서울의 마지막 보루”라며 “한 번 훼손되면 원래 상태로 복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공식적으로 태도를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