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800만 화소 카메라, 100배 스페이스 줌, 초박막유리(UTG) 접는(폴더블) 디스플레이, 저온폴리옥사이드(LTPO) 박막트랜지스터(TFT), 6800㎃h 배터리, 양자암호 기술.
올해 삼성전자 스마트폰이 이미 선보였거나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초격차’ 기술들이다. 시장에 없던 기술로 스마트폰 성능의 상향 평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목록에 배터리 고속충전 기술은 없다.
삼성전자는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S20울트라에서 45W 고속충전을 지원한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잇따라 100W 고속충전 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데 비하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몇 년 전 배터리 발화사태로 큰 곤혹을 치러 배터리 충전성능을 높이는 데 신중한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무선사업부의 모든 배터리는 8포인트 배터리 안전성 검사를 거친다.
배터리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8단계 검사로 △안전성 검사 △배터리 외관검사 △X-레이 검사 △배터리 해체검사 △TVOC 검사 △OCV 측정검사 △충방전 검사 △사용자 조건 가속시험 검사로 구성됐다.
그만큼 삼성전자는 배터리 안전성을 확보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의 ‘아픈 기억’인 갤럭시노트7 발화사건 이후 2017년 1월 8포인트 검사가 도입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배터리 고속충전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도 매우 보수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2019년 출시한 갤럭시노트10플러스에서 45W 고속충전을 선보였다. 하지만 올 상반기 내놓은 갤럭시S 시리즈에서 최상위모델인 갤럭시S20울트라만 45W를 지원했다.
갤럭시S20과 갤럭시S20플러스는 25W 고속충전만 가능하다. 여기에 하반기에 출시하는 갤럭시노트20 시리즈 역시 45W가 아닌 25W를 지원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속충전은 전력 단위가 클수록 대량의 전류가 흘러 배터리 충전시간이 짧아진다. 그러나 그만큼 발열이 일어나기가 쉬워 안전성은 떨어진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때만 해도 앞선 기술인 15W 고속충전을 사용했으나 이후에는 고속충전 성능 개선속도가 더딘 편이다. 2019년 갤럭시S10 5G에 와서야 25W까지 충전속도가 높아졌고 여전히 25W 고속충전을 주력으로 사용한다.
이는 최근 중국 제조사들이 스마트폰 고속충전 기술 발전속도를 높여 100W이상 끌어올리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고속충전 분야에서는 초격차 주도권을 중국에 넘겨준 셈이다.
오포는 15일 125W 고속충전 기술을 발표했다. 5분이면 4천㎃h 배터리를 41% 충전할 수 있고 20분 만에 완전충전이 가능하다.
비보는 120W, 샤오미는 100W 고속충전 기능을 적용한 스마트폰을 조만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레노버는 6월 90W 고속충전 기술이 탑재된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다만 아직까지 초고속 충전기술을 향한 수요는 강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굳이 고속충전 속도경쟁에 열을 올리지 않는 이유다.
정보기술(IT) 전문 트위터리안 아이스유니버스(@UniverseIce)는 16일 트위터에서 4천㎃h 125W 배터리와 5천㎃h 45W 배터리의 선호도 조사를 했다.
2만5천여 명이 참여하며 관심을 받았는데 전자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33.7%, 후자를 선호한다는 의견은 66.3%로 차이가 컸다.
전자는 오포가 새로 발표한 배터리기술이고 후자는 갤럭시S20울트라의 배터리 사양과 동일하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의 배터리 기술이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 역시 그리 높지 않은 고속충전 기술수준에 머물고 있다. 아이폰11은 18W까지 고속충전을 지원했고 하반기 새로 나오는 아이폰12도 20W 고속충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