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필 CJ푸드빌 대표이사가 급변하는 트렌드와 세분화된 고객들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특화매장'과 '가정간편식(HMR)'이란 두 가지 키워드를 앞세워 외식사업의 내실에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나 매장을 확대하기보다는 경쟁력이 있는 매장의 수익성을 끌어올려 외식사업 침체에서 탈출을 꾀한다.
5일 CJ푸드빌에 따르면 최근 외식사업의 대표격인 '빕스'와 '계절밥상'의 몸집을 줄여나가고 있는데 일부 매장을 소비자들의 특성을 고려한 특화매장으로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상권의 특성에 맞게 매장을 재단장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빕스는 2015년 당시 92개 매장에서 2020년 6월 기준 40개로 급감했다.
계절밥상은 한식부페 열풍으로 인기를 끌며 2017년 54개까지 늘어났다가 2020년 6월 기준 13개 매장만 남아있다.
이처럼 빕스와 계절밥상 매장 축소는 CJ푸드빌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
빕스와 계절밥상은 CJ푸드빌 매출의 40% 정도를 차지하는데 매장이 줄어들자 CJ푸드빌 매출은 2017년 1조4275억원에서 2019년 8903억원으로 2년 새 40%가량 감소했다.
정 대표는 매출의 반등을 위해 매장 확대가 아닌 다른 카드를 선택했다.
우선 특화매장을 꼽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매장 방문 횟수와 메뉴 선호도, 주변 상권분석 등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매장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빕스의 경우 올해 4월 서울 어린이대공원점과 광주 광천점을 특화매장으로 열었다. 2018년 12월부터 등촌점과 CJ제일제당센터점, 합정역점 등에 이어 특화매장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
어린이대공원점의 콘셉트는 ‘테이스트업(Taste-Up)’이다. 콘셉트에 걸맞도록 수제맥주와 프리미어 스테이크, 피제리아(피자) 등 기존 매장과 다른 특별한 메뉴를 제공한다.
광천점은 고급 소고기 품종인 '블랙앵거스'를 스테이크로 판매하는 프리미어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부가가치 높은 가정간편식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특히 CJ푸드빌은 레스토랑과 가정간편식(HMR)의 의미를 더한 '레스토랑 간편식(RMR)’을 강화하고 있는데 이름만 빕스, 계절밥상이 아니라 레스토랑의 맛을 집에서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제품 개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빕스의 '바비큐 폭립'과 '시그니처 스프', 계절밥상의 '숙성 담은 불고기와 닭갈비', '죽순섭산적구이' 등 인기메뉴를 잇따라 레스토랑간편식으로 내놓고 있다.
판매채널도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마켓컬리, CJ더마켓, 더반찬, 헬로네이처 등 온라인채널과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배달 애플리케이션으로 다변화했다. 최근에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까지 확대했다.
레스토랑 간편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온라인 신선식품 전문몰 마켓컬리가 6월 내놓은 간편식 매출자료에 따르면 마켓컬리에 입점한 빕스 간편식 메뉴는 올해 6월까지 누적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이상 늘었다.
특히 빕스 시그니처 스프는 6월 초 마켓컬리에 입점된 후 2일 만에 1천 개가 완판되기도 했다
CJ푸드빌은 매주 토요일을 '픽데이'로 정해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고객들에게 포장메뉴와 반조리메뉴 등을 할인해주면서 레스토랑간편식 메뉴를 알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CJ푸드빌은 올해 '뼈를 깎는 다이어트’를 단행하고 있다.
정 대표는 3월 ‘생존을 위한 자구안’을 발표했다. 정 대표는 이 자구안에서 새로운 투자 동결, 지출 억제 극대화, 경영진 급여 반납, 새 매장 출점 보류, 부동산 등 고정자산 매각 등 전방위적으로 긴축경영 계획을 밝혔다.
정 대표는 CJ헬로비전과 CJCGV 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재무 전문가로 CJ푸드빌이 위기에 놓여있던 2018년 7월 구원투수로 영입됐다.
정 대표는 CJ푸드빌 대표에 오른 뒤 외식사업에서 적자 점포들을 과감히 정리했다. 2019년 5월에는 '알짜 수익원'이던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의 지분을 매각하면서 CJ푸드빌의 재무구조를 개선했다.
이런 성과를 인정받아 정 대표는 2019년 12월 부사장대우로 승진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