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환 NH농협은행장이 디지털업무 총괄 책임자인 디지털금융부문장에 ‘순혈주의’를 깨고 외부인사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손 은행장은 부문장 인선과 함께 디지털금융부문의 조직개편을 통해 데이터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며 마이데이터사업 시행에 앞서 채비를 단단히 하고 있다.
 
[오늘Who] 손병환, NH농협은행 디지털 강화 위해 순혈주의도 깬다

손병환 NH농협은행 은행장.


23일 NH농협은행에 따르면 6개월가량 공석이었던 디지털금융부문장(CDO) 인선작업이 곧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가 CDO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래 전 상무는 삼성SDS에서 SOA사업단장, ICTO사업부 ES사업팀장, IT혁신사업부 디지털마케팅팀장 등을 거친 디지털·IT 전문가다.

NH농협은행 관계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이번주 안에 CDO 선임절차가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며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 등을 비롯해 디지털 전환업무를 총괄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병환 은행장이 CDO에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것은 8월 마이데이터 사업 시행을 앞두고 NH농협은행의 디지털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최근 NH농협은행이 참여한 ‘농협 컨소시엄’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한 ‘마이데이터 실증서비스 지원사업’ 사업자로 선정된 만큼 이 사업을 이끌 책임자가 필요했던 것으로도 보인다.

전임 CDO였던 남영수 전 NH농협은행 부행장이 지난해 말 자리에서 물러난 뒤 장승현 수석부행장이 CDO 업무를 겸직하고 있었지만 사실상 6개월 동안 공석이었다. 

손 은행장은 금융권의 디지털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디지털 업무를 전담해서 맡을 책임자의 자리를 더 이상 비워둬선 안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외부 인사를 영입한 것은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금융환경에 발맞춰 조직에 자극을 주려는 의도가 담겼을 수 있다. 

NH농협은행이 2018년 디지털금융부문장 자리를 신설한 뒤 외부인사를 선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 다른 은행들이 외부 디지털·IT 전문가를 영입해 디지털 업무를 전담하도록 한 것과 달리 NH농협은행은 그동안 내부인사에게만 CDO를 맡기며 ‘순혈주의’를 이어왔다.

손 은행장은 신임 CDO 선임과 함께 디지털금융부문 산하에 데이터사업 전담조직인 ‘데이터사업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도 추진한다. 

데이터사업부는 마이데이터·빅데이터·개인자산관리·데이터분석 등 4개 팀으로 꾸려진다. 신임 CDO가 임기를 시작하는 7월1일에 맞춰 정식으로 출범한다.

데이터사업의 경쟁력 강화는 NH농협은행의 강점인 오픈 API(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오픈API는 출금·입금·조회 등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프로그램에 접속할 수 있는 권한을 은행이 아닌 제3자에게도 개방하는 것을 말한다. 

NH농협은행은 국내 은행 최초로 오픈뱅킹의 기반이 되는 API를 도입하는 등 금융권 API시장을 선도하는 대표적 금융사로 꼽힌다. 예치금 관리, 예금주 조회, 카드 조회, 지로공과금 조회 등 140개의 API를 제공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농협은행의 오픈 API를 활용하는 핀테크업체들과 협력해 금융데이터를 모으고 있는데 외부인사 영입, 데이터사업 전담조직 설립 등을 통해 NH농협은행의 자체 데이터사업 역량이 강화되면 오픈 API와 금융데이터를 연계한 다양한 혁신금융상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