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증권이 신뢰회복을 내세워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고객들에게 손실금액의 30%를 우선 지급하기로 했지만 투자자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다른 판매사들보다 보상안을 늦게 내놓은 데다 고객을 위한 보상안이 아니라고 투자자들은 반발한다.
 
대신증권, 라임자산운용 펀드 피해 '늑장보상'에 가래로도 못 막을 판

▲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이사 사장.


2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손실액 선보상안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강화방안을 내놨음에도 대신증권을 향한 투자자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피해자들이 만든 온라인 카페 게시판에는 대신증권의 보상안이 나온 뒤에도 ‘불완전판매 논란이 있는 만큼 원금 전부를 돌려줘도 모자란다’, ‘센터장 구속 등 사기판매 의혹도 있는데 30%는 너무 적다’, ‘양홍석 대신증권 사장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다’ 등의 목소리가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대신증권은 19일 ‘고객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선제적 보상’이라며 라임자산운용 펀드 관련 보상안을 내놨다. 대신증권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액 가운데 30%를 우선 보상하기로 했다.

신영증권이 3월23일 라임자산운용 펀드 판매사 가운데 처음으로 보상안을 발표한 지 3개월여가 지난 뒤에야 보상안을 내놓은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와 은행 7곳 등과 비교해도 한 달가량 늦은 조치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손실 금액의 30%를 우선 지급하고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서 보상비율이 확정되면 차액을 정산할 것”이라며 “라임자산운용 펀드를 판매한 다른 증권사와 비슷한 수준에서 보상안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투자는 라임자산운용 펀드와 관련해 개방형 펀드에 30%의 비율로 손실액을 보상하기로 했다.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은 펀드 원금의 50%가량을 미리 지급하는 보상안을 내놨다.

대신증권은 5월 말까지도 검찰조사가 끝나지 않아 손실규모나 책임 소재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섣부른 보상안을 내놓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이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해 판매사들의 선제적 보상안을 놓고 배임이 아니라 사적 화해로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뒤에도 대신증권은 보상 문제에 소극적 태도를 유지했다. 

배임에 해당할 수 있어 조심스럽다던 대신증권이 불과 한 달도 안 돼 태도를 바꿔 보상안을 내놓은 배경에 금융당국의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투자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금융당국이 라임펀드를 놓고 선제적 보상안을 마련한 금융사에게는 제재수위를 낮출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대신증권이 제재수위를 낮추기 위해 마지 못해 보상안을 내놨다는 것이다.

대신증권이 라임펀드 판매규모가 가장 큰 판매사라는 점 또한 투자자들이 대신증권의 대응을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로 꼽힌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4월29일 기준 라임자산운용의 전체 펀드 규모는 설정 잔액을 기준으로 3조6339억 원에 이른다. 대신증권의 설정잔액은 그 가운데 23%가 넘는 8436억 원가량을 차지한다.

대신증권은 반포자산관리(WM)센터장이 라임사태에 깊이 관여했다는 의혹도 나오면서 더 큰 책임론에 휩싸여있다.  

금융감독원은 2월 말부터 3월까지 대신증권 본사와 반포 자산관리(WM)센터 현장 검사를 진행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장모 전 대신증권 반포 자산관리(WM)센터장은 2019년10월 1조6천억 원 규모의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가 중단된 뒤에도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수 차례 설명회 등을 열어 펀드 안정성을 강조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환매를 보류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8일 장 전 센터장을 자본시장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금융 알선·수재 등)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안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