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2020-06-23 14:52:34
확대축소
공유하기
애플이 반도체 설계역량을 바탕으로 모바일을 넘어 PC제품에도 자체설계 칩을 사용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1위라는 '반도체 비전 2030'을 달성하려면 삼성전자의 설계능력도 높아져야 해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
23일 애플은 세계개발자대회(WWDC)에서 모든 맥에 사용하는 프로세서를 인텔 제품에서 자체개발 칩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애플이 개발한 칩은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ARM의 설계자산을 기반으로 하며 ‘애플 실리콘(Apple Silicon)’이라고 이름 붙었다.
ARM 기반 칩은 저전력으로 구동되지만 성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에는 적합하지만 PC에는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애플은 ARM에 기반해 아이폰에 들어가는 A시리즈 칩을 개발하면서 충분한 노하우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니 스루지 애플 반도체개발담당 수석부사장은 WWDC에서 “애플은 10년 이상 반도체 개발에 매진해왔다”며 “애플 프로세서는 더욱 빠르고 강력하면서 전력 소비도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성능평가 사이트 긱벤치에 따르면 애플이 2019년 출시한 아이폰11에 탑재된 A13 칩의 단일코어 성능(벤치마크)점수는 1300점 이상으로 1200대인 인텔 코어i5 시리즈와 AMD 라이젠7·9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애플이 자체 프로세서를 탑재한 노트북에 자신감을 나타내는 이유다.
애플의 반도체 설계능력은 기업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애플실리콘 발표 이후 애플 주가는 2.6% 오른 358.8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아미드 다르야나니 에버코어 연구원은 “그동안 애플 자체 칩 설계능력이 과소평가 됐다”며 애플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애플의 PC 칩 진출은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설계사업을 책임지는 강인엽 사장에게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역시 애플과 마찬가지로 ARM 기반의 자체 모바일칩 엑시노스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엑시노스의 경쟁력은 PC 반도체는커녕 같은 모바일칩인 퀄컴 스냅드래곤에도 밀린다는 평가가 많다.
긱벤치에 따르면 엑시노스990의 단일코어 성능점수는 800점 안팎으로 PC용 제품인 인텔 코어i3 시리즈는 물론 퀄컴 스냅드래곤865에 뒤지는 것으로 평가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20에 스냅드래곤865와 엑시노스990을 같이 사용했는데 스냅드래곤865를 사용한 제품의 성능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외국 사용자들이 엑시노스를 사용한 갤럭시S20 판매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9년 말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 개발을 맡고 있던 ‘몽구스’ 프로젝트팀을 해체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칩 설계역량에 한계를 드러낸 대목으로 해석된다.
강인엽 사장은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1위에 오른다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비전 2030의 한 축을 맡고 있다.
하지만 시스템LSI부문 매출은 이미지센서와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등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자체 시스템온칩(SoC)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사장은 앞으로 CPU 코어 개발에 힘을 쏟는 대신 인공지능(AI)반도체와 그래픽반도체(GPU) 분야에 주력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려는 것이다.
강 사장은 2019년 6월 독자개발한 인공지능 반도체사업을 키워 인공지능시대 주도권을 잡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같은 달에는 AMD의 그래픽 설계자산을 활용하는 내용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