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현지언론은 최근 “KB국민은행이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으로부터 승인을 받아 유동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코핀은행 인수를 위한 절차를 마무리하고 있다”며 “최대주주에 오르기 위한 주주총회도 앞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KB국민은행은 부코핀은행 주식을 인수하겠다는 약속의 일환으로 에스크로 계좌에 2억 달러도 예치했다.
부코핀은행은 인도네시아 은행들 가운데 자산 기준 14위를 차지하고 있는 중형은행이다. 지점 320여 곳을 두고 개인고객과 중견·중소기업(SME) 위주의 소매금융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2018년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확보하며 2대주주에 올랐다. 2008년 인도네시아에서 뱅크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BII, 현 메이뱅크 인도네시아) 지분을 매각하며 철수한 지 10년 만의 재진출이다.
한 번 발을 빼고 철수한 해외은행에 사업 허가를 쉽게 내주지 않는 동남아 국가의 특성을 볼 때 당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이 엄청난 공을 들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최대주주로 올라설 것이라는 관측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올해 초 현지언론은 “KB국민은행이 부코핀은행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부코핀은행의 이름이나 브랜드를 바꿀 수 있는 큰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KB국민은행 외에도 KB금융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KB국민카드는 인도네시아 파이낸시아멀티파이낸스(FMF)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주식매매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3분기 안에 인수를 마무리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KB캐피탈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법인 영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2월 인도네시아 순모터그룹 계열사인 ‘순인도 파라마 파이낸스’ 지분 85%를 인수하며 현지에 진출한지 15개월여 만이다.
인도네시아는 KB국민은행에 아쉬움이 매우 컸던 곳이기도 하다.
KB국민은행은 2003년 싱가포르 투자기관인 테마섹과 ‘설악컨소시엄’을 공동 설립해 뱅크인터내셔널인도네시아의 최대주주로서 56% 지분을 인수했다. 이 가운데 14%가량의 지분을 700억 원에 사들였다.
윤종규 회장은 당시 김정태 KB국민은행장 아래서 재무담당 부행장을 지내며 인수 실무를 이끌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은 2008년 말레이시아 메이뱅크에게 지분 14%를 3749억5천만 원에 매각했다. 2003년 매입가격보다 5배가량 많은 수익을 거두면 매각 차익은 크게 남겼지만 이 일은 KB국민은행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사례로 손꼽힌다. 스스로 지분을 털고 나오면서 시장을 선점할 기회를 날렸기 때문이다.
특히 KB국민은행으로부터 지분을 사들인 메이뱅크가 이 지분을 인수한 뒤 인도네시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은 KB국민은행에게 더욱 뼈아플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에 정통한 관계자는 “당시 지분을 매각하지 않았다면 700억 원가량에 급성장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잡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내부에서도 매우 크다”며 “특히 김정태 행장이 공들여 추진한 사업인데 다음 행장인 강정원 행장이 접었다는 점에서 한 명이 장기적 안목을 지니고 사업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의 성장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된다.
대출금리에서 예금금리를 뺀 ‘예대마진’이 보통 5%포인트 안팎으로 한국의 3배에 이른다. 인도네시아 인구 2억7천만 명이 1만7천여 개의 섬에 흩어져 살다 보니 은행 접근성이 떨어져 성인 인구의 계좌보유율도 40% 안팎에 그친다. 이미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이 모두 진출해있다.
다만 KB국민은행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기존 주주와의 가격 협상 등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인수를 추진하고 있지만 이제 시작한 단계로 부코핀은행 주요 주주, 현지 금융당국 등과 논의하는 등 여러 절차들을 거쳐야 한다”며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한 자금은 최종 인수 여부에 따라 회수할 수 있는 돈”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