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인베스트먼트는 현재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가 당초 대우건설에 이어 KDB산업은행 아래 있던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의 지분을 넘겨받아 통합 조선사를 세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한진중공업이 매물로 나오면서 가능성이 낮아졌다.
한진중공업은 해외주주가 있어 KDB인베스트먼트에 넘기는 대신 산업은행이 직접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이관 가능성이 점쳐지던 KDB생명보험은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관련한 문제로 이관되지 않고 산업은행이 직접 매각을 추진 중이다.
KDB인베스트먼트가 사실상 ‘올인’하고 있는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도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대우건설 주가는 현재 4천 원 안팎을 오가고 있는데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건설 기업가치도 8천억 원 수준에 그친다. 산업은행이 투입한 3조2천억 원과 비교하면 당분간 매각은 꿈도 꿀 수 없는 가격이다.
KDB인베스트먼트는 현재 비핵심자산을 매각하고 자회사를 통합해 대우건설 기업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갈 길이 멀어보인다. 해외플랜트에 주력한다는 계획도 세워뒀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금융권에서는 KDB인베스트먼트가 야심찬 출발과 달리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KDB인베스트먼트는 당초 관리하는 회사가 늘면 회사 규모도 순차적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세워뒀지만 아직까지는 직원 수가 15명 안팎에 머물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당초 산업은행으로부터 한진중공업, STX조선해양, 대한조선 등 조선사 지분을 모두 넘겨받아 중형조선사 재편에서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는 점을 볼 때 지금의 모습은 설립 목적과 취지 등에서 다소 기대에 못 미친다”며 “이제 남은 회사로는 대한조선과 STX조선해양 등이 있는데 이 회사들을 넘겨받는 방안이 검토되다가 코로나19로 잠시 미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DB인베스트먼트의 존재감이 옅어지면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의 아쉬움도 클 것으로 보인다.
KDB인베스트먼트는 이 회장의 야심작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의욕적으로 KDB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자회사의 관리와 매각은 몇몇 전문가를 비롯해 시장에 맡기고 산업은행은 혁신기업 지원이라는 새로운 역할에 힘을 쏟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그동안 산업은행이 부실기업을 일방적으로 떠맡고 이에 따른 책임도 전적으로 지는 구조조정 방식을 비판해 왔다. 구조조정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정부의 입김을 피하기 어려운 데다 산업 이해도가 낮아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논란들이 미처 해소되기도 전에 다시 구조조정 해결사 역할을 떠안게 됐다.
산업은행은 40조 원 규모의 기간산업 안정기금 외에도 20조 원 규모로 조성되는 한국은행의 저신용등급 회사채 매입기구의 실제 운용도 맡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산업은행은 구조조정 모드로 전환을 마쳤다. 기간산업 안정기금을 운용할 전담조직인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를 신설하고 ‘기업경쟁력제고지원단’을 ‘기업구조조정3실’로 확대해 개편했다. 기간산업안정기금본부 인원만 35명에 이른다.
다만 이 회장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책은행 수장으로서 ‘국난 극복의 디딤돌’ 역할에도 충실하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지원대책에서 기업금융과 정책금융을 담당하는 기관으로서 많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고 역할을 할 각오도 돼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